낙하산인사, 밥그릇싸움 논란 일자리 없는 청년들은 눈물
박용 경제부장
시대를 잘못 태어난 게 죄인가. 23년이 지난 올봄 청년들도 억울하다. 2월 취업준비생은 역대 최대인 85만 명. 취업난의 무저갱에 갇힌 이들의 약 90%가 2030세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핑계는 대지 말자. 그전에도 청년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 책임자들은 큰소리만 쳤다. 인턴 몇 명만 뽑아도 수백 명이 몰려드는데 소득주도성장을 한답시고 최저임금도 한껏 올리고, 정규직 전환도 밀어붙이고, 주 52시간제까지 도입했지만 약속했던 소득주도성장은 오지 않았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755달러로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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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제 일자리들은 잘도 챙긴다. 소득주도성장의 불씨를 댕겼던 장하성 고려대 명예교수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내고 뜬금없는 주중 대사로 새 일자리를 얻어 갔다. 경제수석을 지낸 소득주도성장의 설계자 홍장표 부경대 교수는 요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엔 “코로나 세대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세대의 전철을 밟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모든 청년에게 최소 2년간 일자리를 정부가 책임지고 보장하는 청년일자리보장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랏돈으로,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시즌2라도 하라는 건가.
코로나 세대가 정말 걱정이라면 진작 할 수 있는 일은 왜 안 했나. 일자리가 없다지만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에선 쓸 만한 개발자가 없어 난리다. 한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는 “중국 알리페이에만 개발자가 1만6000명이다. 우린 네이버와 카카오를 합쳐도 1만 명이 안 된다.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하나. 관련 학과 정원을 늘려 달라고 10여 년 전부터 얘기했는데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아예 IT 기업들이 돈을 모아 실력 좋은 개발자를 길러내는 세계 수준의 사설 교육기관이라도 만들자는 말들이 판교에서 나온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청산거래 관할권을 두고 수장들까지 나서서 험한 말을 주고받아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작 핀테크 업계는 교통순경을 누가 할 건지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금융위가 만든 이 법안으로 혁신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가 하나 더 늘까 걱정이다. 금융과 관련 없는 부수 업무를 할 때도 금융당국에 먼저 신고하고 하라는 건 혁신을 막는 역주행 규제라며 분노한다. 청년들은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당국자들은 제 일이 아니면 귀담아듣지 않는다. 내 일자리만 소중한 ‘일자리 내로남불’ 시대, 무저갱 세대의 분노는 깊어만 간다.
박용 경제부장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