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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글로벌 금리 상승, ‘빚투’ 잔치 끝나간다는 경고음이다

입력 | 2021-03-01 00:00:00


국내외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지난 주말 1.5%대로 올라섰다. 국내 은행 신용대출 금리도 6개월 만에 약 0.6%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금융 당국은 금리를 높여 돈줄 죄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쟁적으로 돈을 풀어 왔다. 넘치는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를 끌어올렸다. 저금리로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인 1726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추가로 빚을 내기 어렵고 이자 부담만 커진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가 부담해야 할 이자만 6조 원 늘어난다고 한다.

금리 상승은 자산가치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지난주 미국 금리가 1.5%를 돌파하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20조 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24조 원 이상 증가했다.

‘빚투’는 특히 2030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1월 주택 매입자 중 30대 이하 비율은 44.7%로 사상 최고였다. 이들은 주식, 비트코인, 그림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이 사들인 미국 주식은 애플 등 우량주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게임스톱, 이항 등 투기적 주식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집값 폭등과 취업난이 겹치면서 위험한 투자에 나선 젊은층이 늘어난 결과로 봐야 한다.

금리 상승이 반드시 경제적 악재인 것은 아니다.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문제는 실물경기가 아직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 금리만 빠르게 오르는 데 있다. 자칫 ‘돈잔치’가 끝나고 ‘빚잔치’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투자는 자기 책임이란 점을 명심하고 금리가 오를 경우에 대비한 자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부도 금리 상승을 초래할 과도한 적자 국채 발행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