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를 흠모했던 라이트는 서구식 건물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당시의 도쿄에 일본 전통가옥 형태로 이 호텔을 지어 ‘일본의 자존심’을 세워줬다. 각국의 주요 정·재계 인사들이 이 호텔을 찾았다. 배우 메릴린 먼로도 신혼여행을 왔다. 1970년엔 지금의 17층 고층 건물로 다시 지어졌다. 고쿄(皇居·일왕의 거처)가 내려다보이는 객실, 일왕 가족이 사용하는 펜트하우스, 로비의 대형 이케바나(生花·꽃꽂이), 아리타(有田) 도자기와 기모노를 파는 지하 아케이드까지 모든 게 ‘일본식 럭셔리’다.
▷간토대지진에도 끄떡없던 제국호텔이 코로나에 무릎을 꿇었다. 제국호텔은 이달 1일부터 서비스 아파트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호텔 가동률이 10%대로 급락해 ‘호텔만이 가능한’ 신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전체 객실의 10%인 99개 객실을 아파트처럼 개조해 임대료를 받는 형태다. 30박 기준으로 30m²(약 9평) 객실은 36만 엔(약 380만 원), 50m²(15평)는 60만 엔(640만 원)이다. 룸서비스 식사와 세탁 서비스도 각각 월 6만 엔(63만 원)과 3만 엔(31만 원)에 받을 수 있다. 게다가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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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호텔업계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 2019년 67%대이던 호텔 객실 이용률이 20%대로 떨어졌다. 서울 강남의 첫 특급호텔이던 40년 역사의 5성급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도 곧 헐린다. 3, 4성급의 경영난은 말할 것도 없다. 해외여행 못 하고, 5명 이상 밤 9시 이후 못 모이고,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뭘까. 이 질문에서부터 ‘호텔만이 가능한’ 신사업이 나올 것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