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야구 장비 살 돈 없어… 막대기-병마개로 타격 연습 백인들 우상인 루스 714개 추격에 집으로 협박편지 100만 통 쏟아져 바이든 “편견을 깨 준 그를 존경” 755개 홈런으로 31년간 1위 지켜 본즈 762개 기록후 약물 파동에 에런의 기록을 더 높이 평가하기도 1982년엔 한국서 홈런 더비 참여
1974년 4월 8일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통산 715호 홈런을 친 뒤 홈런 공을 들고 기뻐하고 있는 행크 에런(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2016년 자신의 친정 팀인 애틀랜타의 안방경기에서 시구를 한 뒤 약 42년 전 홈런 기록을 세울 당시처럼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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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홈런왕 행크 에런이 87세 일기로 별세했다. MLB.com은 23일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에런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고인이 현역 시절 대부분을 보냈던 애틀랜타 구단도 “에런이 평화롭게 영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에런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시 “백신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백신을 앞장서서 맞는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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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광만큼 아픔도 많았다. 그가 때린 홈런 수가 백인들의 우상인 베이브 루스(1895∼1948)의 기록(714개)에 근접하자 그는 극심한 모욕과 협박에 시달렸다. 연방우체국에 따르면 1974시즌을 앞두고 그의 집에 배송된 협박 편지가 100만 통에 가까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고인은 1974년 4월 8일 LA 다저스전에서 통산 715호째 홈런을 치며 MLB의 홈런왕 자리에 올랐다.
[1] 1974년 4월 8일(이하 현지 시간) LA 다저스전에서 고인이 715번째 홈런을 치던 순간. [2] 2004년 7월 12일 휴스턴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고인이 배리 본즈(왼쪽)를 격려하고 있다. 3년 뒤 본즈는 고인의 홈런 기록을 넘어섰다(통산 762개). [3]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후 한국을 방문해 이만수(당시 삼성)에게 타격에 관한 조언을 건네는 모습. AP 뉴시스·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제공
고인은 한국과의 인연도 적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 삼성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삼성 선수단에 타격 지도를 했고, 리그 운영에 관한 조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이만수(당시 삼성), 윤동균(당시 OB) 등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과 홈런 대결 이벤트를 펼치고 판문점을 찾아 장병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당시 고인은 “훈련 외에 홈런왕이 된 특별한 비결은 없다”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각계각층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내가 그를 진정 존경하는 점은 그가 베이스를 돌 때마다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편견을 깨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이라며 에런의 용기와 위엄에 존경을 표했다. 본즈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신은 선구자였다. 아프리카계 미국 선수들은 당신을 롤모델로 삼고 꿈을 꿀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당신이 그리울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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