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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징계’ 정한중 “공수처 아닌 공소청 반대…시골출신 제 발음탓”

입력 | 2021-01-05 14:23:00

허영 교수 “헌법 근거 없는 슈퍼 공수처는 위헌”



정한중 법무부 검사징계위원장 직무대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12.16/뉴스1 © News1


 이달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싸고 새해 벽두부터 ‘설치 반대’ 논란이 불거졌다. 공수처는 이미 직무 범위나 법적 위상, 권한 남용 우려 등에 대한 위헌 시비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청구돼 헌재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기도 하다.

 새해 공수처 논란은 4일 TV토론에서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교수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했다.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결정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위원장 대행을 맡은 바 있다. 토론에서 금 전 의원은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시기적 적절성을 지니고 있느냐에 대한 논의를 하다 “윤 총장이 말을 잘 듣고 청와대와 관계가 좋을 때 (검찰) 특수부를 강화했다”며 “(검찰이) 원전과 조국 일가를 수사하니 원래부터 우리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 했다며 바꿨다. 단순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면 공수처도 필요하지 않다”고 문제를 던졌다.  

 정 교수는 이 말을 받아 “공수처 설치는 저도 반대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없애고 경찰 통제에 치중하고, 송치 전이라도 증거 요구 등 수사를 경찰에 요구하고, 경찰의 무혐의 종결권이나 1차 종결권을 없애고 검사는 정권을 기소하고 하면 충분히 되는데 공수처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5일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페이스북에 “저는 공수처를 반대한 적이 없고, 통제장치는 필요하다고 하면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공소청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폐지하고 검사는 공소권과 경찰에 대한 사법적 통제권을 가지면 되는데, 굳이 새 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검찰에서 기소권을 떼어내 새로운 기소청인 공소청을 만드는 안에) 반대했다. 시골 출신 저의 발음 탓“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그간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부 초기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때는 현 정부가 검찰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다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총구를 겨누자 갑자기 검찰개혁을 들고 나와 공수처 설치까지 강행했다는 점에서 금 전 의원의 주장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수처는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 규정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범죄 정보와 수사를 독점적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비대한 권한과 입법 행정 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출범을 앞둔 현재까지도 설치 반대와 위헌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수처 위헌 논란은 헌법에 명문 규정이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검사’와 ‘검찰총장’은 각각 헌법 12조와 89조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다. 국민의 신체적 자유를 규정한 헌법 12조3항에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국무회의 심의 사항을 규정한 헌법 89조에는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으로 수사기관장 가운데 유일하게 검찰총장이 적시돼 있다. 하지만 공수처나 공수처장은 헌법 어디에도 관련 조항이 없다.

  국민의힘은 헌법에 규정된 ‘검사’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청법상 검사에 국한되는 것이어서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에 검사를 영장 청구권자로 명시하고 있지만 검사 임명에 관해서는 헌법에 따로 언급이 없는 만큼 위헌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헌법학계에서는 헌법의 근거가 없는 공수처장이 헌법상 법률기관인 검찰총장을 사실상 지휘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공수처법이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헌법은 ‘견제와 균형’을 핵심 원리로 채택하고 있는데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하는 경우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이에 응하여야 한다’거나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라고 의무화한 공수처법 조항(24조)이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공수처는 현 정부와 청와대에 큰 부담이 되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같은 검찰의 정권 관련 수사를 이첩받아 지연시키거나 뭉게버리는 것이 가능하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수사를 어떻게 해나갈지는 물론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살아 있는 권력을 더 엄정히 감시하라고 만든 공수처가 역으로 산 권력의 부패를 비호하는 '정권 호위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이 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5일 동아일보 통화에서 “우리 헌법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서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며 “헌법상 범죄 수사와 기소의 총책임자인 검찰총장보다 상위 수퍼 수사기관을 헌법에 근거가 없이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개헌 없이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수퍼 공수처의 설치는 불가능하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검찰과 공수처를 함께 두는 것은 정부 조직의 기본 원칙인 효율성과 중복 설치 금지 원칙에 위배한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