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핵전쟁 발발시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가 탑승하는 이른바 ‘최후의 날 비행기’(Doomday Plane)에서 탑재 장비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관계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9일(현지시간) “남부 타간로그시 비행장에서 계류 중이던 일류신(Il)-80 항공기로부터 100만루블(약 1475만원) 상당의 장비가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장비 도난사건이 신고된 Il-80 기체는 Il-86 여객기를 개조해 만든 러시아 정부의 ‘최고 지휘 통제기’로서 핵전쟁 등 위기상황에서 ‘공중 사령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무부는 도난사건이 난 비행기에서 사라진 장비의 세부 내역이나 언제 사건이 벌어졌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인테르팍스통신은 “경찰이 이번 사건 발생을 인지한 시점은 지난 4일”이라며 “기내에 설치돼 있던 무선통신기기 등 장비 40여점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관영 REN-TV도 “타간로그 비행장에서 정비작업을 받고 있는 Il-80 항공기에서 무선통신장비가 도난당했다”며 “기내에서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과 지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지 경찰은 현재까지 12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긴급사태”로 규정하고 관계 당국에 재발방지 조치 마련을 주문했다.
러시아 정부는 1990년대부터 모두 4대의 ‘최후의 날 비행기’를 운용하고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