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41·사법연수원 36기)는 검찰 내부망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수사의뢰 조치 등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이 검사는 지난달부터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파견돼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전담해왔는데, 감찰 실무자인 이 검사까지 ‘판사 사찰 의혹’을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 감찰 검사 “수사의뢰 결정, 위법…자료 삭제”
이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총장님에 대한 수사 의뢰 결정은 합리적인 법리 검토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 절차마저도 위법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며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이 검사는 “문건 내용과 직권남용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수사의뢰 전후해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재검토하라는 등 지적을 받은 적이 없는데, 제가 작성한 보고서 중 수사의뢰 내용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은 합리적 설명 없이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문건 작성은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점에 관해선 이견이 없었다”며 “하지만 확인된 사실만으로 (윤 총장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유사한 판사 사찰 문건이 더 있을 수 있는 등 신속한 강제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의뢰했다”며 “파견 검사가 작성한 법리검토 보고서는 감찰 기록에 그대로 있다”고도 했다.
● 박은정 감찰관 발탁 검사까지 반발
이 검사는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는 박은정 감찰 담당관(48·29기)이 직접 윤 총장 감찰을 지시하기 위해 발탁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 담당관의 대학 8년 후배인 이 검사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박 담당관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 검사는 최근에는 박 담당관의 지시를 받아 대검 청사로 찾아가 윤 총장 대면 조사를 요구했다. 이 검사는 2017년 서울남부지검 근무 당시엔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조작한 혐의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등을 구속시킨 이력도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