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의 좌충우돌 ‘마이웨이’
미국 정치역사에서 트럼프 대통령만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4년 내내 워싱턴 정가를 흔들었던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6년 예상을 뒤엎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꺾은 그는 취임 초기부터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를 앞세운 대내외 정책으로 파란을 일으켰다.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 폭탄’으로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었다. 다자주의 질서를 무시하며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형사재판소(ICC) 같은 국제기구를 무력화하는데 집중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 핵협정(JCPO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했던 주요 국제협약도 잇따라 탈퇴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서명을 거부하며 국제사회에서 ‘나홀로’를 자처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중동 지역의 주둔 미군을 속속 감축 혹은 철군시킨 데 이어 올해는 유럽의 핵심 동맹국인 독일 주둔미군의 감축까지 강행했다.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트위터로 직접 발신하는 그의 대국민 소통 방식은 혼란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막말, 야당과 언론 비난과 함께 정책성과를 과시하는 ‘폭풍 트윗’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 같은 주요 언론사들이 대통령의 발언 진위를 따지기 위해 잇따라 ‘팩트 체커’를 가동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사회 분열과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들은 악화됐다.
●망가진 국정운영에 막판 악재 쓰나미까지
올해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악재 중에서도 최대 폭탄이었다. 최대 성과로 앞세워왔던 미국 증시는 폭락했고 실업률이 치솟았고, 사망자(22만 명)와 확진자(800만 명) 수가 급증하면서 언론의 십자포화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선거를 불과 한 달 여 남겨놓은 시점에 본인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치명타였다. 트럼프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던 전문가들조차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쪽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선거 자금 모금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병원에 입원한 지 나흘 만에 퇴원한 그는 확진 판정 열흘 뒤부터 곧바로 대선유세를 재개했다. ‘코로나19를 이겨낸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하며 경합주만 하루에 두 서너 곳씩 방문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미 그에게서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선택은 냉정했다. 결국 철퇴를 맞은 그는 역대 6번째 미국의 단임 대통령으로 남으며 백악관에서 나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