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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선발 개입해 점수 조작한 이사장…2심도 집행유예

입력 | 2020-10-29 08:09:00

교장 반대에 임의로 4차 면접 진행
점수 조작해 합격자 떨어뜨린 혐의
1심 징역 10월 집유 2년…항소기각




 지원자의 대학 순위가 낮다는 이유로 신임교사 채용 과정에 개입해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사립학교법인 이사장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2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관형·최병률·유석동)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사립학교의 전직 법인 이사장 박모(63)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박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 2015년 1월께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A 학교의 신임교사 채용 과정에서 미술교사 최종후보로 선발된 3명 중 권모씨가 1순위로 제청된 것에 불만을 품고 교장 김모씨에게 위 3명의 순위 변경을 요구하는 등 교장과 법인 이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은 김씨에게 “이 대학교 미대는 순위가 낮다”거나 “이런 식이면 나와 함께 할 수 없다. 당신이 이 대학을 나왔으면 내가 당신을 교장으로 중임했겠냐”고 말하는 등 이 지시에 불응할 경우 인사권을 행사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또 김씨가 “순위를 반경할 경우 교육청 감사에서 지적될 우려가 있고, 출신대학을 임용의 주요근거로 할 경우 기존 학교 교원들의 사기에도 문제가 있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자, 모든 전형 절차가 마무리 됐음에도 임의로 4차 추가 면접을 진행해 권씨에게 최저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박 전 이사장은 채용계획 변경을 두고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으며, 법인 내에서 아무런 직위도 갖고 있지 않은 본인의 아내와 법인 총무부장을 임의로 면접위원으로 참석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박 전 이사장은 김씨로 하여금 그 의사에 반해 당초 3순위였던 박모씨가 1순위로 제청된 것처럼 다시 신규교원 임용제청을 하게 했고, 이에 따라 이사회에서 박씨의 신규 미술교사 임용을 심의·의결하도록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 측은 “교원 임면의 재량을 가진 학교법인 이사장이기에 교원 임용 절차 개입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혹시 법령을 일부 위반했더라도 이는 권씨에 대한 교원 임용 제철 절차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시정하고자 부득이하게 절차에 개입한 것이므로 업무방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사전에 공고되지 않은 4차 면접이 추가로 이뤄지고, 그 결과를 승인하는 이사회 결의도 형식상으로만 이뤄지는 등 위법한 정황이 명백한데도 박 전 이사장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당시 교사로 임용되지 못한 권씨는 소송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구제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박 전 이사장이 김씨를 다른 고등학교 교장으로 임의 전보시킨 듯한 정황도 포착된다”고 판단,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 전 이사장 측은 “원심의 형이 확정될 경우 앞으로도 장기간 학교 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할 수 없고,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학생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교사를 채용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2심은 “박 전 이사장이 2심에 이르러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있고, 박씨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이익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하다”면서도 “박 전 이사장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마련된 채용계획을 뒤집고 사전공고되지 않은 4차면접을 추가로 실시한 것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박 전 이사장 1인에 의해 실시되고, 면접 문항 및 세부 채점 기준 등도 객관성과 담보할 만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4차면접이 실시됐다”며 “그 결과 기존 1,2,3차 전형 합산에 의한 최종 순위가 뒤바뀌게 됐고, 그로 인해 교원 임면 과정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