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이주열 총재에게 “너나 잘하세요”라며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 총재가 이틀 전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 이어 이날도 ‘엄격한 재정준칙’에 대한 소신을 밝히자 여당 의원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양경숙 의원은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겠다는 것인가.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고 질타했다. 정일영 박홍근 의원도 잇따라 “재정준칙 관련 발언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며 몰아붙였다.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은 경제전문가라면 누구나 강조해온 당연한 얘기다. 재정 상태를 포함해 국내외 경제 전반을 살펴야 하는 한은 총재로서 당연히 해야 할 발언인데 여당 의원들이 발끈한 것이야말로 ‘제 발 저린 행동’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상식 밖의 반응이다.
이 총재가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에 반대되는 말만 한 것도 아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재정에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위기 요인이 해소된다면 평상시 재정준칙은 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 의료비 등 의무지출 급증이 예상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기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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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정부나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금융시장과 경제의 안정을 지켜야 하는 국가 경제 최후의 보루다. 독립 기관인 한은의 객관적인 경제 진단을 여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함부로 흔들어 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