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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럼]대한민국은 지금 ‘퇴락의 길’에 있다

입력 | 2020-09-25 03:00:00

文정부, 통합 협치 선언에도 신뢰 상실… 정책실패 인정 않고 이념교육 감행우려
윤리가치로 공동체 이끌 지도자 필요하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우리가 몸담고 사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길지 못하다. 3·1운동 때 태동한 민족의식은 광복과 6·25전란을 겪으면서 휴머니즘에 입각한 자유민주주의로 이어졌고 이는 국시로 선포됐다. 그 정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지금 세계가 공인하는 민주국가가 되었고, 경제적으로는 10위권의 위상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정치계의 지도력도 없지 않았으나 자유 민주정신을 염원하는 국민들이 희생한 결과였다. 특히 경제계를 이끌어 온 기업계 인사들의 공헌이 지대했다. 공정하게 평가하면 정치계보다 기업계 선도자들의 노고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노동조합보다는 일을 사랑하는 근로자들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회적 시련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국민의 애국심과 저력을 경시하거나 의심하지는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실책과 ‘나라다운 나라’를 염원하는 국민적 호소에 힘입어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적지 않았다. 준비된 정권이어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조국을 건설할 것이라는 선언도 했다. 통합과 협치,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정을 계속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정권 초창기부터 국민의 기대와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치의 방향이 차질을 빚고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담당자들이 좌파로 불리는 운동권 중심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애국심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행복보다 이념적 정권에 더 집착하면 과거에 실패한 대통령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애국심의 상실이다. 감옥에 가서라도 국민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애국심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이지 지배하는 권력자여서는 안 된다. 사회 지도자들만큼도 국민을 위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통령이나 엘리트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치인들도 국민을 위해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 대통령을 위해 국민을 수단으로 삼는 과오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우려는 취임 후부터 현실화되었다. 지금은 누구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권 핵심 인사들의 발언과 행위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협치는 물론 공정과 정의는 반복할수록 국민들의 배신감을 더해 줄 뿐이다. 이념을 위한 정권이 국민을 위하거나 목적으로 삼은 전례가 없다. 지금 우리가 그런 퇴락의 길을 가고 있다.

현 정권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은 두 법무부 장관의 주변 문제로 나라다운 나라를 잃어가고 있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그들이 국민을 위한 최고위층 지도자라는 사실이다. 일반 사람들도 그래서는 법의 제재를 받는데 그런 지도자 밑에 자랑스러운 삶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희생을 이기적인 사욕으로 훼손시키려는 국민은 없다. 장관의 아들을 옹호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주어진 책임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선량한 사병까지 그렇게 적대시할 수는 없다. 그것도 여당의 지도자들과 대통령을 위한다는 친문 인사들의 모습이다. 누가 현 정부와 여당을 믿고 따르겠는가.

경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세계경제는 계속 새로운 도전을 요청한다. 150년이나 낙후된 사회주의 경제이론을 적용시킬 여건이 못 된다. 지금까지의 실패를 자인해야 한다. 경제의 방향을 전환하고 실무자들을 일찍 바꿨어야 했다. 대통령은 두 경제 방향을 합친 제3의 포괄경제를 의도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적시를 놓친 셈이다. 우리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진영논리를 버려야 한다.

교육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필자는 일제강점기와 공산 치하에서 교육을 직접 체험했다. 인류 역사를 이끌어 갈 교육에는 정도(正道)가 있다. 인간을 위한 인간교육이다. 건전한 자기 발견과 성장, 인격의 함양을 위한 인성 교육, 인권의 존엄성과 가치 추구, 공동체 의식의 육성 등 인간다운 삶을 자율적으로 키워가는 노력이다. 어떤 집단이나 정치를 위한 이념 교육은 빙판에 씨를 뿌리는 어리석음을 넘어, 옥토의 마음 밭에 잡초의 씨를 뿌리는 결과가 된다. 21세기에 시대적 이념 교육을 감행한다면 역사의 역행을 초래하고 파국적 비극을 맞을 것이다. 소련 공산정권 후에 러시아의 정신적 문화가 황폐화되지 않았는가. 중국에서도 공산정권 수호자들을 제외하고는 중국 문화를 불행하게 만든 문화혁명에 동조하지 않는다. 교육과 정신문화는 정치 영역을 넘어선 신성한 과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윤리 가치의 상실, 공동체 의식의 퇴락, 사회악의 증가 등 모두가 교육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러한 공동 책임을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가 요청된다. 자연의 시간은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역사의 시간은 미래를 창조할 수 있는 지도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오늘을 보내야 내일이 오기 때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