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DA ‘혈장치료’ 긴급승인, 국내서도 일부 환자에 활용 “임상시험 데이터 부족하고 사망률 감소 증거도 불분명” 전문가들은 혈장 투여 우려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코로나19 완치자들의 혈장 공여를 요청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사람 혈액에서 적혈구나 백혈구 등 혈구를 뺀 액체가 혈장. 적혈구를 뺐기 때문에 누런빛을 띤다. FDA 동영상 캡처·메이오 클리닉 제공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미국이 승인한 혈장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할 데이터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FDA가 긴급승인을 허가하기에 앞선 이달 19일(현지 시간) “혈장치료가 실제로 코로나19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망률 35% 감소라는 데이터 출처도 불분명하다”는 전문가들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 한 FDA 국장은 “전문가들의 비판은 정당하며 혈장치료가 상대적으로 사망 위험을 줄인다고 설명해야 했다”고 밝혔다.
○혈장치료는 회복된 환자 혈장을 수혈
혈장치료에선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완치된 환자의 혈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 완치 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들이 들어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몸속에서는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를 인지하는 면역단백질인 ‘이뮤노글로불린’과 ‘이뮤노글로불린 항체’가 형성된다. 이들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다른 환자에게 직접 투여해 항체를 주입하고 면역력을 활성화시켜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시키는 게 혈장치료다. 국내에서도 혈장치료가 일부 환자 치료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올해 4월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혈장치료로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을 치료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혈장치료와 혈장치료제는 달라
혈장치료와 달리 국내에서 혈장치료제에 대한 임상2상은 내주부터 국내 6개 병원에서 시작한다. 혈장치료제는 혈장치료와는 다른 개념이다. 혈장치료제는 완치자 혈장을 확보한 뒤 이를 농축하고 항체 등 면역 단백질을 추출해 ‘고면역글로불린’ 제제로 만든 의약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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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장치료, 데이터 근거 부족해 정교한 연구 필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혈장치료가 얼마나 잘 작동하고 어떤 증상의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시험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FDA의 혈장치료 승인은 환자 6만6000여 명이 참여한 미국 메이오 클리닉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진단 후 3일 내에 혈장을 투여하면 30일 뒤 사망률이 21.6%로 3일 이후 혈장을 투여 받은 환자 사망률 26.7%보다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초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환자 규모가 커졌다. 통상적으로 임상시험에 활용되는 위약을 투여한 비교 집단(대조군)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 환자에게는 혈장치료를, 대조군에는 위약을 투여해야 실제 혈장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다. 임상 설계 자체가 불완전했다는 설명이다.
완치 환자가 공여한 혈장에 포함된 항체 농도를 분석하지 않은 점도 치료 방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과학자들은 투여한 혈장에 원래 중화항체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틴 랜드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은 결국 과학적 데이터가 부족해 코로나19 치료제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났다”며 “혈장치료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있겠지만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