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연재 야구만화 ‘프로야구생존기’ 최훈 작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프로야구 경기와 선수 관련 내용을 분석적으로 보여주는 만화를 그려온 최훈 작가는 “어릴 때부터 원인과 결과가 딱딱 맞게 정리되는 수학을 좋아했다. 나이들수록 세상사가 논리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아 가며 만화도 변해 가는 듯하다”고 했다. 오른쪽은 ‘프로야구생존기’ 최근 에피소드. 카카오페이지 제공
최훈 작가(48)가 웹툰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연재 중인 ‘프로야구생존기’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 속 회사원들의 악전고투를 연상시키는 야구만화다. 남다른 주력(走力)을 인정받아 서울 연고 프로야구팀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에 합격한 외야수 노영웅이 일단은 주인공. 하지만 그를 둘러싼 다른 선수들의 사연을 매회 돌아가며 촘촘하게 엮어낸다.
최훈 작가의 최근작 작업 모습. 웹툰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에 온라인 만화 연재를 시작한 그는 앞으로 그림 작가들과 협업한 스토리텔링 작업 에 주력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지 제공
잠재력을 자각하지 못했던 노영웅은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라”는 선배 이어로의 조언을 계기로 차츰 성취를 쌓아간다. 일반적 효율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무조건 초구 도루’라는 도박을 건 것. 빠른 스타트를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큰 리드를 잡은 뒤 오로지 견제구에만 대비하는 노영웅의 스타일은 일본 프로야구 선수(현 코치) 혼다 유이치(本多雄一)를 참고한 것이다. 최근 에피소드는 그런 노영웅을 보며 ‘벼랑 끝에 서 있는 건 은퇴를 앞둔 나 자신’임을 씁쓸히 곱씹는 이어로의 속내를 짚었다.
최 작가는 프로야구 원년 팬이다. LG의 전신인 MBC 청룡의 이종도 하기룡 선수, 허영만 작가의 야구만화에 열광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만화를 좋아하는 부친의 지원에 힘입어 일본으로 만화 유학을 다녀온 뒤 ‘MLB카툰’으로 이름을 알렸다. ‘프로야구카툰’을 통해 경기 안팎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던 그는 “팬으로서 FA(자유계약) 제도가 서둘러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야구는 수십억 연봉의 스타들만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FA 보상선수 부담을 없애고 계약기간을 줄이면 더 많은 선수가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 노영웅만큼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많은 선수들에게 그런 찬스가 주어지길 희망한다. 야구팬들의 응원 속에는, 일상이라는 경기장에서 얻지 못한 기회에 대한 아쉬움이 숨어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