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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부상-암 이겨낸 오뚝이, 선발투수로 우뚝

입력 | 2020-08-20 03:00:00

프로야구 두산 최원준의 인생역전




18일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두산 최원준. 프로 지명 후 2번의 암 수술을 이겨낸 그는 지난달 18일 고정 선발로 기회를 얻은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동아일보DB

“정말 하고 싶었는데…. 하하.”

지난달 18일부터 선발로 나서고 있는 두산 사이드암 투수 최원준(26)은 붙박이 선발 한 달째인 18일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6이닝 4피안타 2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2018시즌 1군 데뷔 이후 첫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기록한 것. 더구나 롯데 에이스 스트레일리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둬 기쁨은 두 배였다.

선발 전환 후 6경기 만에 첫 QS를 따낸 최원준은 “선발인데 매번 5이닝만 던져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직전 경기(12일 삼성전)에서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홈런을 맞아 QS를 달성하지 못했다(5이닝 4실점). 어제도 6회말 (손)아섭이 형에게 선두타자 홈런을 맞아 아찔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웃었다. QS까지 장착한 최원준은 베테랑 왼손 투수 유희관(34)과 함께 올 시즌 두산 토종 최다승 투수(7승 무패, 평균자책점 4.31)가 됐다.

최근 두산 투수들의 기록은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강타선과 촘촘한 수비 덕에 쉽게 얻은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원준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신일고 졸업반 때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던 최원준은 동국대로 진학했다. 절치부심하며 실력을 키운 그는 대학에서 최고 투수로 올라섰다. 4학년 재학 중에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두산은 ‘2017년도 1차 지명’의 영예를 안겨줬다.

하지만 프로 미지명, 팔꿈치 수술은 불운의 서막에 불과했다. 1차 지명 직후 받은 건강검진에서 갑상샘암 진단을 받아 오른쪽 갑상샘을 제거한 뒤 회복에 전념해야 했다. 약 1년 뒤 기지개를 켤 무렵 다시 암이 재발해 왼쪽 갑상샘도 떼어냈다. 그는 남들보다 빨리 지치는 악조건 속에서 끈기로 버티며 2018년 7월 마침내 감격적인 1군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지난 시즌 두산 불펜의 주축으로 올라선 최원준은 ‘예비 선발’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용찬, 플렉센 등 선발진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찾아온 기회를 꽉 잡았다. ‘시즌 10승’도 가능할 페이스지만 “승리 욕심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시즌 끝까지 선발 투수로 남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1군에 데뷔한 직후 최원준은 그간의 불운을 떨쳐내자는 각오로 ‘최동현’에서 ‘최원준’으로 개명했다. ‘원준(源峻)’은 ‘높이 올라가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새 이름처럼 높은 곳을 향해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는 최원준은 “힘들 때 나를 아들처럼, 동생처럼 여기며 격려해 준 주변 분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공 하나하나에 그분들을 새기며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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