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건축가들 도시탐사 기획, ‘개항장 프로젝트’ 15일까지 진행 사진-영상-드로잉-설치작품 전시… 동인천 활동가 모임 ‘건축재생공방’ 일제강점기 건축물 ‘신흥동…’ 펴내
15일까지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의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 내 ‘프로젝트룸 신포’에서는 예술가 7명이 동인천역 반경 10km에서 진행한 도시탐사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프로젝트룸 신포 제공
●신포동 반경 10km ‘한 달 반 프로젝트’
창작과 전시장 중간지대와 같은 실험적인(시뮬레이션) 공간을 추구하는 인천 중구 개항장문화지구 내 ‘프로젝트룸 신포’(신포로 27번길 29)가 15일까지 예술가 7명이 2개 팀으로 나눠 도시를 탐사한 사진, 영상, 회화, 드로잉, 설치 작품을 전시한다. 예술가들은 지난달 1일부터 신포동 반경 10km 이내인 소래포구, 월미도, 자유공원, 동인천역 등지를 돌아다니며 수시로 토론을 벌인 뒤 각자의 시각으로 도시를 표현했다.
참여 작가들은 모두 인천에 살지 않는 ‘외지인’들이다. 낯선 인천을 방문해 생소한 모습을 관찰하고, 현지인들을 인터뷰하는 작업을 한 달가량 진행했다. 연구자 1명, 작가 2명으로 구성된 커뮤니티 아티스트팀 ‘콘텍트존(접촉지대)’은 소래포구와 가까운 논현동의 새터민 거주지에서 탈북민들을 집중 인터뷰했다. 이어 북한을 탈출해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입국 경로를 점으로 찍은 작품을 만들었다. 국경 지도를 없앴기 때문에 마치 별자리처럼 보인다.
순수인 작가는 동인천 중앙시장에서 싸게 구입한 빈티지 헌옷들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결합시키는 재가봉 작업을 한 뒤 그 위에 추상적 형태의 그림을 그린 회화설치 작품을 창작했다. 전시장에선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유리창문 옆에 둔 망원경을 통해 외부 건물의 벽체나 가로등에 설치한 텍스트와 사진을 결합한 A4용지 크기의 작품을 찾아 감상할 수 있다.
이영욱 프로젝트룸 신포 관장은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기보다 실험적인 작업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회”라며 “1개월 반의 프로젝트 기간이 너무 짧아 내년에 작업 시간을 좀 더 길게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신흥동 일곱주택’
동인천 지역 활동가 모임인 ‘건축재생공방’이 도시의 숨겨진 가치와 이야기를 발굴해 정리한 도시연구 자료집 ‘신흥동 일곱주택’을 최근 펴냈다. 건축가 이의중 씨와 사진작가 오석근 씨 등 7명을 주축으로 구성된 건축재생공방은 동인천을 탐방하는 활동을 벌이면서 신흥동 인천부윤관사 일대를 주목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 300여 채가 몰려 있는 이 지역이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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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가량 집중적으로 진행된 신흥동 탐사 기간 현장에서 일본인 근대건축연구자 도미이 마사노리 전 한양대 교수가 일제강점기 지도를 토대로 신흥동 해설을 했고,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이 신흥동의 역사, 도시 구조를 설명했다.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는 “1년 사이 신흥동 내 일본식 가옥과 한옥이 혼재된 근대건축물 300여 채 중 절반 넘게 철거된 상태”라며 “도면, 드로잉, 사진과 같은 시각자료를 곁들인 탐사자료집이 또 다른 도시연구를 위한 ‘소스’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