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법룡사 ‘가사원’ 찾아가보니 공식행사서 입는 법의 ‘가사’… 6, 7명이 한해 최대 2000벌 제작 “가사박물관-전시회 검토 필요”
가사원 운영국장인 돈오 스님은 “스님들의 법의인 가사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전통적인 제작기법도 잘 전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서울 강남구 법룡사 내의 가사원(袈裟院)을 찾았다. 2006년 설립된 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에게 지급하는 가사를 한 해 1500∼2000벌 제작한다. 재단을 맡은 조래창 씨를 포함해 6, 7명이 가사를 제작하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가사는 조각 수에 따라 5조(條)부터 25조 가사까지 나뉜다. 종단에서 인정받는 법계(法階)에 따라 입을 수 있는 가사가 정해져 있는데 최고 법계인 대종사는 25조 가사를 입는다. 사미, 사미니는 조가 없는 만의(만衣)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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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만들기의 핵심은 조와 체형에 맞춰 정확하게 천을 잘라내는 일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세밀함과 꼼꼼함이 요구된다. 재단을 맡은 조 씨는 10대 시설 양복점에서 일을 배워 양복재단사가 됐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와 인연이 깊었던 그는 승복(僧服) 가게에서 일하다 2008년 이곳으로 옮겼다. 그는 “가사는 스님들의 상징이기 때문에 천을 자르거나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순간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가사가 몸에 딱 맞는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스님들이 가사를 제작하거나, 보살(여성 신도)들이 가사를 지어 보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흔치 않은 일이 됐다. 대신 통도사 등 큰 사찰에서는 가사의 참된 의미를 전하는 ‘가사불사(袈裟佛事)’를 진행한다.
가사원 운영국장인 돈오 스님은 “출가자의 가사는 곧 법(法)을 상징하는 만큼 가사의 의미를 알리고 제작 기법도 전해져야 한다”며 “가사 전시회도 개최하고 ‘가사박물관’ 건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