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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한 동 통째 샀던 사모펀드 결국 “철회”

입력 | 2020-07-24 03:00:00

매입과정서 대출 규제 위반 논란… 홍남기-추미애 잇따라 압박에 백기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매입했다가 논란이 된 이지스자산운용이 결국 아파트를 차익 없이 다시 매각하기로 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3일 “부동산 펀드를 통해 매입한 삼성월드타워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펀드를 청산하기 위해 매입한 건물을 이른 시일 내에 이익 없이 매각해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지스운용은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46채 아파트 1개 동 전체를 약 410억 원에 사들였다. 아파트 매입 사실이 알려지자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라고 지적했고, 곧이어 법무부는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의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할 것을 검찰에 지시했다.

아파트 매입을 위해 새마을금고로부터 270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대출 규제를 위반했다는 논란도 나왔다.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감안하면 대출은 많이 잡아야 170억 원 정도인데, 100억 원가량을 더 받았다는 것이다. 이지스운용은 이에 대해 “주택구입 목적이 아닌 리모델링을 위한 시설자금 대출이어서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규제를 위반했는지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지스운용은 이날 사업 철회 배경에 대해 “여러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펀드를 청산한다”며 “서울 내 신규 주택부지가 부족한 가운데 기관이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통해 낡은 건물을 고쳐 공급하는 것은 시장의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