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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y On(파티는 시작됐다).”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인 일본 도요타의 시총을 제친 1일(현지시간).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주식시장에 처음 입성했던 10년 전 시총 13억 달러(약 1조5600억 원)에 불과했던 회사가 도요타를 누른 이날,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의 주가는 전 거래일 보다 3.69% 오른 1119.63달러로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장중 한 때 113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종가 기준 테슬라의 시총은 약 251조 원으로 전날 마감한 일본의 도요타 시총 약 242조7000억 원을 제쳤다. 테슬라가 2010년 6월 29일 상장한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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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테슬라의 총 판매량은 37만 대로 1000만 대를 넘게 판 도요타의 30분의 1 수준이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만 약 1조 원의 적자를 냈지만 토요타는 27조 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판매량과 실적만 보면 시총 1위 기업이라는 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미래를 평가하는 곳이다. 완성차들이 코로나19로 생산과 판매 부진에 빠진 사이 친환경 모빌리티 기술을 내세운 테슬라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테슬라는 내연기관 없이 전기차로만 간다며 한 우물만 팠다.
실제로 외국 언론들은 테슬라의 시총 1위 등극을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전기자동차 시대로 옮아가는 상징적 사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CNBC는 “2015년 아마존이 월마트 시총을 추월한 역사적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테슬라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미래 비전과 기대만으로는 기업이 성장할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는 2000년대 들어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고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생산성 및 품질 문제에 시달려왔다. 테슬라는 지난달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한 ‘2020년 신차품질조사’에서 31개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꼴찌였다. 엔진 및 변속 기능, 신기술 구현 등이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각종 돌발 행동과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괴짜 CEO’의 행보도 테슬라에 의심을 품게 만드는 대목이다. 2018년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엘론 머스크 CE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제발 테슬라 주식을 자시 말라”고 하는가 하면 2018년 7월엔 생방송 팟캐스트에 나와 인터뷰 도중 대마초를 피우며 위스키를 마시기도 했다. 당시 주가는 10% 급락했고 하루 만에 약 2조 원의 시총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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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미래 전기차 및 기술에 대한 혁신의 아이콘이 테슬라였고 비전이 점차 실현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며 “머스크가 말한 것이 실현되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