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오르내림 정부가 책임질 일 아냐 개인 선택 기회 뺏지 않는 게 더 중요
허진석 산업2부장
가격 결정 과정을 새삼 생각하게 된 건 “일본처럼 집값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라”고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얘기했다는 전언이 나오면서다. 대통령이 어떤 맥락에서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니 짐작을 해 볼 도리밖에 없다.
우선 정부나 정권이 강력한 규제를 통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경우일 수가 있다. 집값 안정은 중요하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정책 결과로는 정권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아파트 중간값은 50% 이상 올라 9억 원을 넘어섰다. 전국 상위 20% 아파트 가격을 하위 20% 아파트 가격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7.5로 2017년 5월 4.7에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비싼 아파트가 더 비싸지면서 아파트를 매개로 한 자산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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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주식은 올라도 되고 집값은 오르면 안 된다고 여긴다. 주식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집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재화여서 그럴 것이다. 그런 절실함은 집 없는 국민이 더 크게 느낀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서 전세대출을 발판 삼아 내 집 마련할 기회를 빼앗았으니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굵직한 부동산대책 나와도 결국은 집값이 오르는데, 현금이 많은 부자에게만 집 살 기회가 돌아가니 무주택자는 불공평을 느끼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집값 안정책으로 활용할 정도이니, 지금에 와서 정책 방향을 바꿀 명분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무주택자들은 정부 정책 틀 속에 ‘내일의 집값은 어떻게 될까’를 궁리하는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른 것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요인도 크다.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재화의 가치는 올라간다. 스타벅스 사은품 가방처럼 한정된 재화라면 더더욱 그렇다. 살기 좋은 집은 수요가 늘어도 공급량을 확 늘릴 수가 없는 그런 재화다.
2, 3년 뒤 집값이 지금의 두 배가 되더라도 장관이나 대통령이 책임지지도 않겠지만, 그럴 필요도 없다. 집값의 오르내림은 정부 책임이 아니다. 집값이 폭락하더라도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집값 떨어질 것이니 사지 말라는 인식이 진짜라면 개인의 선택을 정부가 대신 해주겠다는 ‘꼰대’ 인식이다. ‘집값 걱정은 내가 할 테니 집 살 기회나 뺏지 말라’는 게 무주택자 심정이다. 기회의 평등을 침해 말라는 게다.
허진석 산업2부장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