院구성 결렬, 남북관계악화 모두 ‘남 탓’ 진정한 자기반성으로 정책기조 점검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그러나 여당의 속내는 금세 드러났다. 친문 진영이 날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동안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의식해 조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젠 “나 같으면 그만두겠다”며 대놓고 사퇴하라고 한다.
더욱이 정권 후반기 여당은 검찰과 긴장 관계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당은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둔 법사위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원 구성 협상을 하면서 협치를 하라는 야당을 향해 “협치가 아니라 법치를 확립할 때”라고 외치던 여당이 법치를 흔드는 형국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국민들도 여당이 왜 그토록 법사위원장에 매달렸는지, 여당의 야당 탓이 빈말인 이유를 알게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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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핵심인 윤건영은 “선거에서 당선된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의 탄생도 북한 입장에선 큰 메시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탈북자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지성호 의원 당선이 북한을 자극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주권을 침탈한 일제 통감부를 상기시킨다”(김원웅 광복회장)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다. 모두 북한이 맹비난을 퍼붓는 대상들이다.
그러나 이런 공격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은 비핵화라는 공감대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제로 비핵화의 인식 차이는 해소되지 않은 채 갈등의 뇌관으로 변해 갔다.
2년 전 대북특사로 북한에 다녀온 정의용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했고,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도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를 인정한 것이다. 이런 간극이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의 배경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 공화국의 일방적인 핵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 비핵화 주장에 선을 그어 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막연한 낙관주의에 빠져 이런 혼선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원점에서 점검해야 할 때다. 민감하다고 해서 문제의 핵심을 건너뛰고 변죽만 울려서야 사태 해법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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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