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후 韓 주가 회복세지만 금지조치 안한 美日증시도 큰폭 상승 현단계 분석으론 효과 알기 힘들어 제도존폐 결론 섣불리 내선 안될 것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주가가 떨어져 탄식하는 와중에 살펴보니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공매도가 잔뜩 쌓여 있는 게 보인다. 도대체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이런 기상천외한 투자는 누가 만들고 허용한 것일까. 공매도가 없으면 주가가 폭락할 일도 적어질 것이니 아예 공매도 자체를 없애 버리는 것이 좋겠다.
난데없는 전염병 사태는 오늘날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지적, 물적 토대들에 비웃음을 던지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인 날벼락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팬데믹을 선언한 후 세계 각국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몇몇 국가는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맞아 공매도를 잡기로 했다. 공매도의 중요성이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가격효율성 증대(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버블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주식유동성 증대(거래 활성화를 돕는다), 기업 사기와 범죄 감시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공매도에 관한 투자자들의 분노 또한 차고 넘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공매도가 가격을 파괴한다는 믿음에 있다. 여기에 경제위기를 더하면 주가 하락과 공매도를 연결시킬 동기는 더욱 분명해 보였고 따라서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나마 전면 금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주가는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공매도가 가격을 파괴한다는 근거로 삼아 이참에 아예 영구적으로 공매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광고 로드중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피하려면 공매도가 금지된 주식들과 그렇지 않은 주식들의 주가를 비교해 보는 것이 기본이다. 이번 규제가 한시적이긴 하나 모든 주식에 대한 전면 금지였으니 차선책으로 공매도 금지의 혜택을 많이 받을 거라 생각되는 주식들과 그렇지 않은 주식들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최근에 나온 어떤 기사는 공매도 ‘소나기’를 피한 주식들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주식들, 다시 말해 공매도 금지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되는 주식들이 공매도 금지 이후 석 달 동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코스닥 3개 상장사의 수익률이 각각 19%, 63%, 39% 오른 것을 예로 든다. 기사에 따르면 공매도 때문에 특히 괴로움을 많이 당해 온 것으로 알려진 C사의 수익률도 33.4%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공매도 금지 혜택을 이들보다 덜 받고 있는 주식들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코스닥지수가 같은 기간 무려 70% 올랐다는 게 함정이다. 그렇다면 공매도 금지로 주가가 올랐다고 감탄할 것이 아니라 공매도 금지 최대 수혜주들의 수익률이 그보다 적은 수혜를 입은 주식들을 포함한 경우의 수익률과 비교해 왜 겨우 그것밖에 안 되었는지 묻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이번 경제위기에서 공매도 금지가 가져온 효과를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에 지금은 너무 긴급한 시기다. 그리고 설익은 논쟁으로 그 운명을 결정짓기에 공매도는 너무 중요한 주제다. 공매도가 얼마나 미운지는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잦다고 해서 횡단보도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에 굳이 횡단보도의 순기능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