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환상의 마로나’ 안카 다미안 감독
강아지의 시선을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애니메이션 ‘환상의 마로나’. 강아지 마로나(왼쪽)는 어느 주인을 만나든 온 마음으로 사랑한다. 찬란 제공
반려견과 함께하는 인간이 누리는 행복이란 어떤 모습일까. 반려견이 꿈꾸는 행복은 어떤 것일까.
11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환상의 마로나’는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강아지 마로나가 여러 인간을 거치며 겪는 가슴 뭉클한 여정을 환상적인 스케치로 풀어낸다. 러닝타임 내내 아티스트의 화폭을 한 장씩 넘기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하며 행복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으로 지난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부문 대상을 받은 루마니아 출신 안카 다미안 감독(58·사진)을 18일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2014년 그가 구조한 강아지 이름이 바로 마로나다. 루마니아어로 갈색이라는 뜻을 지닌 마로나는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주인공 마로나는 곡예사 마놀, 건설업자 이스트반, 어린 소녀 솔랑주 등 새 주인을 만날 때마다 이름과 함께 사는 환경도 달라진다. 그를 둘러싼 우주도 달라진다. 마놀과 함께하는 장면에서는 곡예사의 특성을 반영해 유연하고 다채로운 선형의 세계가 나타나고, 건축을 하는 이스트반과 살 때는 칸딘스키와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가득하다.
그림은 ‘표범’ ‘예술 애호가들’ 등 유명 작품을 낸, 유럽을 대표하는 벨기에 출신 그래픽노블 작가 브레히트 에번스가 맡았다. 다미안 감독은 “에번스는 작품의 본질에 아주 근접했다. 그와의 작업은 걷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기분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얄팍한 인간들은 수시로 변덕을 부린다. 유기견을 키운다는 도덕적 우월감에 개를 데려왔지만 곧 버리고 싶어 하거나, 강아지를 키우겠다며 떼를 쓰다가도 정작 돌보지 않는 소녀, 당장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되자 강아지 처분을 두고 갈등하는 모습은 현실의 축소판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이 영화는 죽음에서 출발하지만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사는 동안 가장 중요하다고 배우는 것은 결국 사랑, 우리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