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타가트.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득점왕은 최소한 아시아 무대에서는 보증수표다. 타이틀의 후광으로 몸값은 수직 상승한다. 특히 외국인 선수의 경우 특급 대우로 이적해왔다. 좋은 조건으로 떠난다는 데 말릴 수도 없다.
브라질 출신 말컹(26)은 2018년 K리그를 평정했다. 경남FC의 돌풍을 주도하며 득점왕(19골)과 MVP를 동시 석권한 뒤 이듬해 중국으로 떠났다. 허베이 화샤는 이적료로 500만 달러(추정액) 이상을 지불했다. 역시 브라질 출신 조나탄(30)도 수원 삼성 소속이던 2017년 22골로 득점상을 탔다. K리그 1·2부에서 모두 득점왕에 오른 최초의 선수인 그를 텐진 테다(중국)가 가만 두지 않았다. FC서울 소속으로 2011년부터 3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며 코리안 드림을 이룬 몬테네그로 출신 데얀(39·대구)도 이듬해 이적했다. K리그 최고의 자리에 오르자 장수 ¤텐(중국)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데려갔다.
지난해 최고의 골잡이는 호주 출신의 아담 타가트(27·수원 삼성)였다. 스피드와 함께 탁월한 골 감각으로 득점왕(20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중동 등지에서 러브콜이 잇따랐다. 수원 구단도 적절한 가격이면 팔 생각이었다. 이임생 감독도 “타가트를 잡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협상은 어긋났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은 꼬일 대로 꼬였다. 그 여파가 이번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가 7경기 만에 웃었다. 16일 성남FC와 가진 7라운드에서 선제 결승골로 첫 골을 신고했다. 비로소 표정이 밝아졌다. “끝까지 집중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며 자신감도 보였다. 타가트의 마수걸이 골로 팀 전체가 활력을 찾는 분위기다.
타가트는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기록을 보면 긍정적인 답이 나온다. 그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8월에 5경기 연속 골을 포함해 무려 9골을 몰아쳤다. 여름 사나이로 불릴만했다.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수원이 희망을 가지는 이유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