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 1분기 상업용 부동산 조사
26일 서울 종로구 대로에 인접한 3층짜리 상가에 임대를 놓는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7일 서울 중구 밀리오레 건물 입구 바로 옆에는 이런 문구가 커다란 옥외 광고판에 붙어 있었다. 과거 동대문 패션타운의 메카였던 시절엔 화려한 의류 광고들이 있던 자리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고층으로 갈수록, 중앙 에스컬레이터에서 멀어질수록 공실이 눈에 띄게 늘었다. 8층은 정상 영업 중인 가게를 양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처럼 동대문 상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국인 관광객마저 끊기면서 상권 전체가 개점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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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은 임대가격지수를 △오피스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m² 초과)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m² 이하) △집합상가로 구분해 집계하는데, 서울 집합상가 가운데 가장 임대가격지수가 많이 떨어진 상권이 동대문이었다.
밀리오레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 씨(61·여)는 “코로나19 이후 하루 매출이 0원인 날이 점점 늘고 있다”며 “임대인이 임대료를 깎아줘도 매일 적자라 관리비 내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명동 이면도로에 있는 공실인 1, 2층 상가(전체 면적 전용 160m²) 임대료는 코로나19 이전 월 1300만∼1500만 원에서 현재 1000만 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인건비조차 벌지 못하자 영업을 중단하는 가게가 급증했다”며 “임차인을 구하는 상가들 대부분 권리금을 없애고 임대료를 20% 이상 줄였지만, 공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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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11.7% △소규모 상가 5.6%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 각각 0.7%포인트, 0.1%포인트 증가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었다고 당장 폐업하는 건 아니다 보니 공실률은 실제 경기 변동보다 후행한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보다 공실률 증가 폭이 가파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통계에 반영된 공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다. 이날 명동과 동대문 상권에서는 ‘임시 휴업’ 안내문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휴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점포들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