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까지 12조9640억 원이 풀린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평소 못 먹던 한우로 ‘플렉스(flex·과시적 소비를 일컫는 신조어)’했다”는 이들이 늘면서 한우 도매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공짜면 황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현실이 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석 달 만에 반등했다.
▷다만 기부는 정부 여당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급 대상 2171만 가구 중 94.7%인 2056만 가구가 총지급 예상액 14조2448억 원의 91%를 이미 타갔다. 지급 시작 전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20%의 국민이 기부 의사가 있고 10% 부가가치세를 고려하면 푸는 돈의 30%는 환수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현실은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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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고심하는 분위기다. 고위 공무원 가운데는 혹시라도 승진이나 인사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이들도 있다. “가족의 선택은 강제할 수 없다”며 가족 전체 수령액 중 자기 몫만 부분 기부했다는 공무원도 있다.
▷“정부가 보유한 정책 수단의 숫자가 정책 목표보다 많거나 같을 때에만 경제정책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틴베르헌의 법칙’은 정책전문가들 사이에선 상식이다.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소비해 자영업자, 소상공인 매출이 늘고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정책 목표 달성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기부 문화 확산 같은 다른 목표에 너무 많은 미련을 남길 필요는 없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