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원년 개막전 1호골 박윤기 3만 관중 앞에서 스포트라이트… 그 득점 덕분에 계속 잘 풀려 득점왕에 1000호골 주인공까지 고교 감독 땐 안정환 키워 뿌듯
‘K리그 1호골’의 주인공 박윤기 씨가 프로축구 원년인 1983년 유공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DB
이 골 하나로 그는 일약 스타가 됐다. 다음 날 거의 모든 신문이 그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이후에도 프로축구가 개막할 때면 언론에는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K리그 개막은 2월 29일에서 5월 8일로 미뤄졌다. 공교롭게도 원년 개막일과 같은 날이다. 박 전 감독의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당시 동대문운동장은 관중석은 물론이고 육상 트랙까지 3만 명의 인파로 가득했다. 이전까지 그런 분위기에서 축구를 해본 적이 없었다. 어찌나 긴장을 많이 했던지 경기 직전까지 화장실을 10번 정도 들락날락했다”고 웃으며 그날을 추억했다. K리그 1호 골은 운이 따랐다. 박 전 감독은 “전반 11분 할렐루야의 오석재가 때린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는데 그게 들어갔으면 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어시스트를 해 준 신문선 명지대 교수에 대해서는 “당시 주전 경쟁이 정말 치열했다. 각자 골 욕심이 많아 웬만하면 문전에서 패스가 오지 않는데 고맙게도 기회를 줬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은퇴 후 서울공고, 강릉상고, 아산FC, 제주 국제대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박 전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서울공고 시절 지도했던 안정환(44)을 꼽았다. 그는 “프로에 가면 반드시 너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득점 노하우를 모두 알려줬다. 1998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안정환 시대’가 열리는 것을 보고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8일 개막을 앞둔 K리그의 후배들에게는 해줄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를 포함해 많은 팬이 프로축구가 개막하기를 기다려 왔을 겁니다. 그 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골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후배도 여럿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