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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간 혼선 계속되자… 文대통령 ‘자발적 기부’ 대안으로 제안

입력 | 2020-04-23 03:00:00

당정, 재난지원금 합의 막전막후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주민 최고위원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확대와 관련해 “미래통합당의 공식 입장이 분명히 확인되는 대로 지금 상황에서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빠른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는 총선 전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을 이어왔다. 총선 후 첫 주말인 19일 밤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선거 기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 국민 지급을 강하게 요구했고 이에 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 하위 70% 지급 원안을 끝까지 고수했다.

하지만 주말 후 미래통합당이 “당정 간 합의도 못 이룬 것 아니냐”며 지원금에 대한 여야 합의를 거부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4월 말까지 정부 추경안 증액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민주당이 목표로 했던 ‘5월 초 지원금 지급’ 계획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자칫 6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것. 여권 관계자는 “일각에서 당정 간 혼선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리를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통합당 김재원 의원이 “여당과 정부가 합의하면 긴급재난지원금 신속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힌 게 촉발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여당과 기재부 의견이 충돌하는데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도 이날 국무회의 전후로 홍 부총리 설득에 나섰다. 정 총리는 22일 오전에도 다시 홍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여당과 정부가 싸우는 모양새가 되어선 안 된다”며 “일단 민주당이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 급선무이니 당의 안에 힘을 실어주자”고 했다.

청와대도 22일 오후 “긴급재난지원금의 매듭을 빨리 지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을 공개하며 조기 당정 합의를 재차 촉구했다. 결국 기재부는 민주당과 실무 논의를 거쳐 여야가 합의하면 추경 증액을 받아들이되,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 조건을 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자발적 기부 방식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민주당 설명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은 우선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국민 스스로 수령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해 재정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기부를 선택한 사람에겐 기부금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략적인 기부 규모와 절차, 공제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몇 명이 기부에 동참할지 예측할 수는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국난 극복을 위한 기부 캠페인에 나서려는 이유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 위해 더 필요한 예산 3조 원 가운데 1조 원 정도는 기부금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이어질 여야 간 추경예산안 심사 협의 과정에서 남은 2조 원에 대해서만 추가 국채 발행을 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다만 민주당은 야당에서 끝내 ‘추가 국채 발행은 안 된다’고 버틸 경우 세출 조정을 통해 2조 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 방안은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편적 긴급재난지원금을 실시하면서,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사회연대협력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 관계자는 “당과 기재부가 그동안 나왔던 다양한 아이디어 중 가장 행정력이 덜 필요한 방안을 채택한 것”이라며 “세금 환수도 검토했지만 나라에서 주는 돈이라 비과세인 데다 인당 지급이 아닌 가구당 지급이라 추후 실제 환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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