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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 보랭가방 써보니… 일회용 포장재 두달간 80만개 절감

입력 | 2020-03-31 03:00:00

[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이제는 Green Action!]
<3> 택배 포장재 줄이자




환경부가 지난해 실험한 ‘재사용 택배상자’. 의류처럼 파손이 적은 상품을 배송한 뒤 소비자가 상자를 내놓으면 이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방식. 소비자들은 재사용 상자 활용에 긍정적이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밖에 다닐 수가 없으니 온라인 쇼핑이 늘어난 거죠.”

20일 서울 한 아파트 단지. 300여 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지난해까지 매주 재활용품 배출일에 종이를 담는 1000L들이 포대를 2, 3개 사용했다. 올해 들어선 포대를 4개씩 쓸 정도로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 아파트 관계자가 “출입하는 택배 기사들도 ‘물량이 많아 시간이 빡빡하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종이 상자와 같은 택배 포장재가 쏟아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택배 물동량은 코로나19 여파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7억8980만 개로, 연간 9∼10%씩 느는 추세다. 올 1, 2월 물동량(4억8788만 개)은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었다.

○ 택배 포장재 줄이기 시동

택배가 늘다 보니 택배 포장재로 인한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서 최근 업계에서는 택배 포장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일회용 스티로폼이나 종이상자를 사용하는 대신 다회용 보랭가방을 활용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내 놓은 보랭가방에 물품만 넣어두는 SSG닷컴의 새벽배송이나 헬로네이처의 더그린배송이 대표적이다.

SSG닷컴은 보랭가방 도입 두 달 만에 일회용 포장재를 약 80만 개 줄였다. SSG닷컴 관계자는 “시장 조사에서 ‘신선식품 배송은 편리해서 좋은데 일회용품이 많아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죄책감이 느껴진다’는 소비자 의견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보랭가방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런 배달 모델은 해당 유통 체인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다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여전히 비닐로 이중, 삼중 싸인 물품이 배송된다.

환경부는 택배 포장재를 줄일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해 11월 ‘재사용 상자의 현장 적용성’ 실험을 했다. 여러 번 쓸 수 있는 택배 상자를 소비자에게 보낸 뒤 회수해서 다시 쓰는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실험에선 100여 개의 상자를 각 3번씩 배송했다. 유통사인 CJ오쇼핑이 재사용 가능한 상자에 상품을 담아 보내면 물류사인 로지스올이 회수와 세척을 담당했다. 재사용 택배 상자를 받아 본 소비자들의 의견은 긍정적이었다. 117명이 설문에 응했는데, 대다수(86.3%)가 재사용 상자 활용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또 포장재 감량을 위한 규제 필요성에도 응답자의 84.5%가 동의했다.

지난해 8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시민 3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택배 상자 등을 재사용하는 것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대다수(89.7%)가 동의했고, ‘재사용 상자를 활용할 경우 외부 상태는 상관없다’는 응답도 절반이 넘었다(66.4%).

○ 재사용 방안 구체화는 숙제

재사용 상자 사용을 활성화하려면 상자 회수 방식, 운영 비용, 보증금 제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업계에선 재사용 상자 10만 개를 사용할 경우 제조·보관·회수·세척비 등을 고려하면 개당 비용이 4000∼5000원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회용 종이 상자보다 돈이 많이 든다. 이와 별도로 소비자들이 부담할 보증금도 어떻게 운용할지 정해야 한다. 기존 설문들에서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보증금은 1500∼2000원이었다.

회수 방식은 재활용품 분리배출 하듯 지역별로 거주지 인근 지정 장소에 배출하는 방식이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오재영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물류안전센터장은 “도시 인구 밀집도가 높고 아파트 등 공용주택에 많이 사는 우리나라는 택배 상자 회수가 용이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택배 등 유통 포장재의 재사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이소라 박사는 “회수 및 물류 시스템은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상자 규격 등을 통일하면 다수 업체가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 포장재를 쓰는 업체에는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고, 재사용 상자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환경부는 수거·회수 시스템을 구축해 우선 특정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같은 장소에 물품이 배송되는 곳에는 2022년까지 재사용 상자가 활용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