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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목 잡은 코로나… 네 심술에 쓰러지지 않겠다

입력 | 2020-03-20 03:00:00

PGA 투어 김시우-임성재의 각오




김시우·임성재

“무관중 경기가 아니라 아예 대회가 취소됐다고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12일 오후 10시(현지 시간). 1라운드를 상위권 성적으로 마친 뒤 숙소로 돌아온 임성재(22)와 김시우(25·이상 CJ대한통운)는 휴대전화 문자를 보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취소됐다는 PGA투어의 안내였다.

1라운드 공동 2위(7언더파)였던 김시우는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문자를 받았다. 허탈한 마음에 한동안 잠들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2017년 이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 챔피언에 오른 인연도 있다. 2일 끝난 혼다클래식에서 생애 첫 PGA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임성재(공동 22위·3언더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컨디션이 너무 좋았기에 당황스러웠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도 느꼈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PGA투어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4월) 등이 연기되고 다른 대회들도 연달아 취소되면서 5월 중순까지 ‘올스톱’ 상태다. 하지만 임성재와 김시우는 귀국 대신 계속 미국에 머물면서 훈련을 이어갈 생각이다.

페덱스컵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경기력이 물오른 임성재의 최대 과제는 휴식기 동안 경기 감각 유지다. 그는 “샷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아 휴식과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지난 시즌에는 벙커샷이 불안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샌드세이브율(61.29%·지난해 48.95%)이 높아지면서 타수를 잘 지킬 수 있게 됐다. 투어가 재개돼도 변함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생애 첫 출전을 앞뒀던 ‘명인 열전’ 마스터스가 연기된 것에 대해서는 “너무 아쉽다. 예선 통과와 톱10 진입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준비 중이었다”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마스터스가 올해 개최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성재는 “마스터스를 주관하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 마스터스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대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허리 부상의 여파로 이번 시즌 13개 대회에서 여섯 차례 컷 탈락하는 부진을 겪었던 김시우는 “시즌 시작 전에 연습을 너무 무리하게 했던 게 컨디션 저하로 이어졌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앞두고는 몸 상태가 많이 회복돼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18일 독특한 영상 하나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미국 댈러스의 집에서 매트리스를 향해 공을 치며 스윙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Kim golf range(김시우의 골프연습장)’라는 글귀와 함께 게재된 영상의 해시태그는 ‘#집돌이 #방콕’이다. 그는 “미국도 코로나19로 인해 휴장한 골프장이 많다. 상황이 좋아지면 코스에 나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매트리스 세워놓고 샷 훈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올스톱’ 상태인 가운데 김시우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택에서 매트리스를 세워 놓고 샷 연습을 하는 동영상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김시우 인스타그램 캡처

둘은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한 ‘손 씻기’와 ‘집에 머물기’ 등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김시우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외식하러 나갈 필요도 없다”고 근황을 전했다. 임성재는 “손을 자주 씻고, 사람들과는 악수 대신 ‘피스트 범프’(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