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는 7만 1034명(누적 기준)이다. 주택금융공사 제공
장윤정 경제부 기자
주택연금의 가입 문턱을 낮춰 고령층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겠다던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국회에 가로막힌 모습이다.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한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은 2월에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20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다른 법안에 밀려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와 금융위원회는 “어떻게든 법안 통과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비상 상황인 가운데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주택연금은 주택 보유자가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집을 담보로 제공한 뒤 사망할 때까지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처럼 받는 제도다.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은 현실을 고려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입 대상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11월 가입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55세로 낮추고, 주택 가격 상한을 시가 9억 원에서 공시가격 9억 원으로 완화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에까지 문을 열어주겠다는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의 중간값이 9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9억 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이들에게서 주택연금을 선택할 권리를 박탈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뜻하지 않게 ‘하나 있는 집’이 9억 원을 넘어섰을 뿐, 노후 준비가 부족한 고령층이 적지 않다. 실제로 한국인의 보유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비중은 74.4%로 미국(30.5%), 일본(37.8%)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자산이 골고루 갖춰져 있지 않고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는 얘기다. 고령층에게 ‘살고 있는 집’으로 노후를 대비할 옵션이 하나쯤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열어주길 바란다. 투기 억제의 잣대를 노후 소득 보장 대책에까지 들이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