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20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공원역 인근 길거리를 다니는 시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눌러썼다. 약 20분 동안 지나간 사람은 300여명. 그중 마스크 없이 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한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노점 상인들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하철 객차 내부에서는 기침 소리에 시선이 쏠렸고, 심지어는 옆 객차로 옮기는 사람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도심의 모습이다.
한달여 전 코로나19를 ‘신종 코로나’나 ‘우한 폐렴’으로 부를 당시 뉴스1이 만나거나 취재한 시민들은 각자 자기예방을 통한 확산 방지와 중국인 입국·중국여행객의 각별한 유의를 당부하는 정도의 모습이었다. “대학 OT(오리엔테이션)이 취소돼 아쉽다”거나 “언론·유튜브를 통한 공포만 심각한 듯 조성되는데 치사율은 높지 않으니 불안해하지 말자”는 등 서로 안심시키던 상황이다.
그러나 한달 새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10명 안쪽을 머물던 당시와 달리 확진자는 20일 오후까지 100명을 넘어섰고, 국내 첫 사망자까지 나온 상태다. 대구·경북지역에서만 사흘새 확진자 70명이 발생해 지역사회 감염까지 현실화했다. 이제는 ‘대부분 증상이 경증이다’는 의료진 말에도 불안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70대 김모씨는 “이제 마스크는 생활”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목을 텁텁하게 하는 미세먼지에 독감, 코로나19 걱정까지 겹치면서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 중이다. 80대 고령의 확진자까지 등장하자 김씨는 “노인들의 면역력이 걱정이다. 그런데 면역력을 끌어올리려고 운동을 하려면 바깥에 나와서 산책이나 러닝을 해야 하는데 사람 마주쳐서 (코로나19) 옮을까 봐 그게 또 문제”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부산도 사뭇 달라졌다. 대구와 거리가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만에 하나 나타날 경우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 때문이다. 부산 부산진구에 사는 김한빈씨(33)는 “부산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서면의 모습이 대구 확진자 등장 이후 달라졌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9할이고, 카페·식당에서도 서로 거리를 둔다”고 설명했다. 이모씨(31)도 “개금 백병원과 좋은강안병원 등이 (응급실) 폐쇄하면서 공포가 지방으로 번지기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사태 장기화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건당국을 통한 확진자 관리 및 밀접 접촉자 모니터링과 함께 국민을 안심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국의 대처에 국민의 신뢰가 계속 내려가고, 시민간 의심이 생기는 이른바 ‘코로나19 포비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신뢰가 높으면 불안이 준다. 불안심리로 여러 이상행동이 있을 수 있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강한 신뢰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권과 상관없이 세월호 사고 이후 하락해 있는 신뢰 관계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