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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암초에… 기지개 켜던 수출, 다시 ‘빨간불’ 켜지나

입력 | 2020-02-12 03:00:00

산업부 “내달부터 물량감소 우려”
中 생산차질-내수 위축 여파… 대중수출 80% 차지 중간재 타격
정부, 이달중 특단대책 내놓기로… 이달 1~10일 수출액 107억 달러
작년보다 하루평균 3.2% 줄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로 회복 조짐을 보였던 한국의 수출 전선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 내 조업 차질 등 사태가 장기화하면 당장 다음 달부터 한국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06억9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 늘었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포함돼 조업 일수가 4일로 올해(7일)보다 적었다. 이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보다 3.2% 줄었다. 중국의 춘제 연휴가 연장되는 등 신종 코로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 안팎에서는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1월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증가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수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2월부터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도 증가로 전환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경제가 흔들리면서 좋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을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달 수출 계약이 줄어들거나 취소돼 3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생산 차질과 내수 위축으로 대중(對中)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간재 위주로 수출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매출이 줄고 중국에서 부품과 원료를 수입하는 수출업체에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장기적 영향을 점검한 것으로 아직 수출에 미칠 영향은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중국발(發) 수출 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공장들이 10일부터 가동을 시작했지만 인력 복귀가 늦어지면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이번 사태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재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당장 이달 전체 수출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산업생산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74%포인트 줄어든다고 봤다.

최근 반등했던 반도체 가격이 신종 코로나 여파로 다시 하락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한다. 실제로 반도체 D램 고정가격의 선행지표인 D램 현물가격이 이달 4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939억 달러 중 596억 달러가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한 것”이라며 “중국이 반도체 수요를 줄이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을 위해 3일 4000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고 수출보험료를 내리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이달 중 ‘특단의 수출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대외 요인에 따른 수출 부진을 타개할 카드가 많지 않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역금융도 수출이 잘될 때 효과가 있는 거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지금처럼 수출이 막혀 버린 상황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