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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美中 관세 부과’ 승자와 패자

입력 | 2020-02-04 03:00:00


노동길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책임연구원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지난달 16일 아침, 각종 보도를 통해 반가운 사진 한 장을 확인했을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을 향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지 1년 반 만에 미중 양국은 1단계 무역협정문에 서명했다.

이제 관심은 2단계 무역협정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진척이 더딜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1단계 무역협정에 기존에 부과된 관세 조치의 철폐를 포함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500억 달러어치에 25%, 1200억 달러어치에 7.5%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올해도 적용할 예정이다. 추가 관세 부과라는 최악은 피했지만, 기존 관세 부과의 지속은 글로벌 경제에 부담이다.

관세를 부담하는 주체는 미국 수입품 가격 지수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중국산 수입품 가격은 2018년 7월 관세 부과 이후 불과 2.3% 하락했다. 중국 기업이 25% 관세 부과를 상쇄하기 위해 필요한 제품 가격 인하율은 20%. 석유류를 제외한 미국 전체 수입품 가격은 같은 기간 1.4% 하락했다. 중국산 수입품 가격 하락 폭이 미국 수입품 전체 가격 하락을 고려할 때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이 달러 표시 수출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기업은 자사 제품의 수요가 가격에 비탄력적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 경우 중국 기업에 부과된 관세를 부담하는 주체는 미국 도소매 업자 또는 소비자다. 다른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을 감수했을 수 있다. 이때 관세 인상분을 부담하는 주체는 중국 기업이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반대급부로 관세 부과 이전부터 위안화를 10%가량 평가절하한 바 있다. 중국 기업들이 수출품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고 대신 마진 축소, 위안화 평가절하로 버틴 셈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중국 대상 관세 부과에 대한 부담은 중국 기업과 미국 소비자 및 도소매 업자가 분담했다.

투자자라면 중국 제품의 점유율 하락분을 가져가며 반사이익을 본 국가들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내 중국 제품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분야는 기계, 전자설비, 전자제품이다. 중국이 잃어버린 기계 분야 시장점유율은 유럽과 일본 기업이 나눠 가졌다. 전자설비와 전자제품 분야는 한국, 대만, 베트남 기업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중국에서 최종재를 생산하던 기업들은 대만으로 기지를 이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올해도 상호 관세를 계속 부과한다면 지난해 흐름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는 반도체, 휴대전화, 통신장비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