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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검경 수사권 조정이 초래할 형사사법체제 혼란 우려스럽다

입력 | 2020-01-14 00:00:00


형사사법체제의 근본 틀을 바꾸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인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 어느 나라 검찰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사에까지 전횡을 휘두를 수 있었던 구조가 바뀌게 되는 것은 개선이다. 그렇다고 경찰에 사실상 견제가 힘든 전적인 수사권을 주는 것이 국민의 인권 보호와 수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다.

기소권과 수사권의 엄격한 분리는 경찰권의 충분한 분산이란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나라 경찰은 자치경찰제가 사실상 말뿐일 정도로 중앙집권적이다. ‘공룡’ 경찰 내부에서는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이 엄격히 분리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 구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만 없앤 게 아니라 수사종결권까지 경찰에 줬다. 경찰은 사건을 수사하다 기소할 게 못 된다고 판단할 경우 사유를 기록한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하고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검찰은 보고서를 본 뒤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으므로 수사종결권은 남용 여지가 없다고 경찰은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이 재수사한 뒤 같은 결론을 내리면 검찰로서는 더 이상 취할 조치가 없다. 경찰권이 충분히 분산되지 않은 현실에서는 수사지휘권을 빼앗더라도 최소한 수사종결권은 검찰에 남겨뒀다가 경찰권의 분산에 따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조정이었다.

검찰에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구할 수 있게 돼 있어 검찰이 영장청구권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것조차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정안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시행에 들어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이미 통과돼 7월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고 주요 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경찰 수사까지 지휘하던 단일 체제에서 수사권은 검찰 공수처 경찰로 분산되고 기소권마저 검찰과 공수처로 분산되는 다극 체제로 접어든다. 공수처 검찰 경찰 상호 간의 견제가 잘 작동하면 좋겠지만 세 기관이 존재감을 과시하느라 과잉 수사를 벌이고 서로 물고 뜯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나라를 흔들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