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약 70km 떨어진 루손 섬의‘탈 화산이 12일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탈 화산은 이날 새벽 15km에 달하는 화산재 기둥과 수중기를 내뿜으며 폭발해 약 11시간 동안 3차례 지진을 일으켰다. 당국은 인근 지역 주민과 관광객 1만6000여 명을 대피시키고 화산 경계등급을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수 시간 또는 수일 내로 일어날 수 있음’을 뜻하는 4단계로 격상했다. 타가이타이=AP 뉴시스
필리핀의 관광 명소 ‘탈’(Taal) 화산이 43년 만에 폭발했다. 주민과 관광객 수만 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마닐라 공항 항공기 수백편이 무기한 중단됐다.
12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필리핀 루손(Luzon) 섬에 위치한 탈 화산이 15km에 달하는 화산재 기둥과 수증기를 내뿜으며 폭발했다. 같은 날 새벽 3시 35분경부터 오후 2시경까지 지진이 3차례나 발생했으며 오후 내내 분화가 이어졌다.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Phivolcs)는 다음날 오전(현지 시간) “탈 화산이 13일 새벽 2시 49분부터 새벽 4시 28분 사이 용암을 분출시킬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용암 분출과 함께 천둥과 번개를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 오전 5시(현지 시간) 기준 루손 섬 인근 지역에서는 규모 2.9, 3.9 정도의 지진이 75차례나 관측되기도 했다.
필리핀 당국은 12일 화산 폭발 직후 인근 지역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반경 14km 이내 주민과 관광객 1만여 명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처음 1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했던 화산 경계등급을 하루 만에 4단계로 격상하기도 했다. 3단계는 ‘화산 활동을 일으키는 마그마 활동이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하는 반면 4단계는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수 시간 또는 수일 내로 일어날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탈 화산은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트래킹을 하러 찾는 유명 관광지로, 한인들도 인근에 상당수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 시간) “지금까지 1만6000명 이상의 주민과 관광객들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은 “24시간 비상 대책반을 가동했으며, 관공서 휴무령에도 불구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필수 영사업무 담당자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는 화산이 ‘탈 호수’(Taal Lake)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만큼 쓰나미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탈 화산이 마지막으로 폭발한 건 1977년이다. 탈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1911년에 발생한 폭발로 15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