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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진보 표밭” vs “뿌리깊은 보수 텃밭”…‘종로 표심’ 분석해보니

입력 | 2019-12-18 21:44:00


“정세균만 빠지면 다시 ‘보수 텃밭’”(자유한국당) vs “종로는 이제 중도진보 지역”(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 빅매치설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정치권에선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보수 텃밭이었던 종로에서 정세균 의원이 내리 재선을 하는 동안 표밭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한국당으로서도 얼마든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여전히 해볼 만한 지역이라는 것. 민주당은 수성을, 한국당은 탈환을 충분히 노릴 만한 절묘한 정치 지형이 현재 ‘정치 1번지’인 종로에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종로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 대비 주민 평균 연령대가 높고 인구 이동이 적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분류돼왔다. 독립 선거구로 첫 총선을 치른 13대 이후 18대 총선까지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 출신 후보가 내리 당선됐다. 정 후보자와 1998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보수의 텃밭이었던 셈이다.

그러던 종로는 19대 총선부터 급격하게 보수색이 옅어지는 양상을 보였고 20대 총선에서는 더 엷어졌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종로 내 17개 투표 권역 중 15곳에서 승리했다. 정 의원이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한 곳은 사직동과 평창동. 종로 내 가장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사직동에서는 오 전 시장이 2486표, 정 의원이 2383표로 103표 차였다. 평창동에서는 오 전 시장이 4619표, 정 의원이 4571표로 48표 차. 다만 이 가운데 고급 빌라 및 주택촌이 밀집한 구기동의 경우 정 의원이 오 전 시장보다 114표 많이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종로지역 마지막 남은 보수 표심만 확실하게 잡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야권 고위 관계자는 “종로를 동별로 나눠서 보면 평창동, 구기동은 영남 출신이 많고 낙원동 등에 호남 출신이 많다”며 “이 때문에 정 의원은 국회의장 시절에도 일부러 평창동에서 식사하고 주민들을 만나면서 평창동·구기동 일대를 적극 공략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20대 총선이 끝난 뒤 21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가장 투표 수가 적게 나온 사직동 내 대형 아파트 단지로 집을 옮기기도 했다. 최근 재개발을 거쳐 ‘경희궁 자이’ ‘경희궁 롯데캐슬’ 등 신축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교남동 무악동 지역도 종로 총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의 ‘원 맨 플레이’였을 뿐 여전히 종로는 보수 우세 지역이라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종로는 지역 특성상 당보다 인물을 보고 뽑는 성향이 강하다.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중량감이 있는 후보를 내야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과거에 비해 보수 색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중도보수가 가장 인기가 많고 중도진보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국당과 민주당은 종로에 내보낼 후보자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총리, 한국당에선 황교안 대표가 여전히 종로 도전을 재고 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강성휘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