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감수성 높이는 어린이-청소년 책 3권 ◇달걀 생각법/조은수 지음/72쪽·1만3000원·만만한책방 ◇청소년마음시툰:안녕,해태 1∼3/싱고 지음 /각 권 312∼340쪽·각 권 1만 4000원·창비교육 ◇문학이 온다 1∼5/박제은 등 엮음·이지은 등 그림 /각 권 156∼200쪽·각 권 1만4000원·웅진주니어
‘문학이 온다’ 상상편에 소개된 손동연의 ‘낙타’에 실린 삽화. 웅진주니어 제공
○ 달걀 생각법
무적의 달걀이자 마법의 달걀이다. 달걀의 렌즈를 들이대니 아인슈타인도 해나 아렌트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책장을 넘기면 학문적 호기심이 끓어오르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예술도 달걀에 빚졌다. 피카소는 재료 양념 장식을 모두 뺀 다음 남은 달걀처럼, 간결한 뼈대만 남긴 현대미술로 대가 반열에 올랐다. 마르셀 뒤샹은 변기에는 ‘샘’, 달걀 한 판에는 ‘단백질 공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렇게 말한다. “피카소의 뺄셈 달걀을 뛰어넘는 혁명이야.”
이 밖에 ‘데카르트의 달걀 좌표’, ‘뉴턴의 만유인력 달걀’, ‘페렐만의 달걀빵’까지. 작가가 건설한 ‘달걀 공화국’에서 놀다 보면 자유로운 전자처럼 생각들이 뻥뻥 뛰어오른다.
저자는 “생각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운명적으로 달걀을 만났다. 아인슈타인이 매일 아침으로 달걀을 2개씩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상적인 음식인 달걀을 매개로 뛰어난 학자와 예술가들을 조명했다”고 밝혔다.
사유의 재미를 전하는 ‘달걀 생각법’(왼쪽)과 웹툰과 시를 결합한 ‘안녕, 해태’의 한 장면. 창비교육·만만한책방 제공
한번쯤 접한 시들이 적재적소에서 인물들을 위로한다. 예지와 단짝 친구를 맺고 슬리퍼 한 짝씩 바꿔 신은 잔디의 마음은 복효근의 ‘절친’이 보여준다. ‘서로의 절반씩을 줘 버리고 나니/우린 그렇게 절반씩 부족합니다….’ 첫 데이트, 호기롭게 비싼 눈꽃빙수를 주문했지만 돈이 부족해 초조하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너와 헤어져 돌아오는/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신경림 ‘가난한 사랑의 노래’) 커닝, 거짓말, 누명으로 다투는 소녀들 이야기와 곁들이니 시조도 흥미롭게 읽힌다. ‘… 성난 까마귀 흰빛을 시샘하니/청강에 맑게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까마귀 싸우는 골에’). 저자는 서문에 “시와 그림이 기찻길처럼 나란히 가면서 어울리길, 이 책이 시 읽기의 물꼬를 텄으면 한다”고 썼다.
‘문학이 온다’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문학을 주제별로 엮었다. 묶음 테마는 ‘성장’, ‘자존감’, ‘공감’, ‘상상’, ‘연민’. 5권의 책에는 주제에 맞는 다양한 장르의 글이 실렸다. 파스텔 톤 표지에 요즘 유행하는 성인 에세이를 연상케 하는 테마까지. 타깃층인 초등학교 고학년보다 부모들이 혹할 만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