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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7천마리 돼지 핏물 하천 유출…무리한 살처분이 화근

입력 | 2019-11-12 15:32:00

살처분을 준비중인 연천 양돈농가 /뉴스1 DB © News1


경기 연천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서둘러 살처분 작업을 벌이던 과정에서 트럭에 쌓아 놓은 수만 마리의 돼지 사체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인근 하천을 오염시키는 사고가 났다.

12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연천군 지역의 마지막 남은 돼지를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매몰작업에 필요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의 대형 탱크 제작이 늦어지자 연천군은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민간인통제구역 안 빈 군부대 유휴부지 안에 4만7000여 마리의 돼지 사체를 트럭에 임시로 쌓아 두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경기북부에 내린 비로 사체에서 발생한 핏물이 빗물과 함께 유출돼 인근 실개천으로 흘러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실개천은 임진강의 지류인 마거천과 연결되어 있으며, 매몰지와 임진강과는 1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부랴부랴 실개천에 펜스를 설치해 펌핑 작업을 마쳤지만 일부 침출수가 이미 임진강까지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천군맑은물사업소는 마거천과 임진강 일대 물을 채취해 수질검사를 진행중이다.

한편 이번 침출수 유출 사고에 대해 현실을 벗어난 무리한 살처분 작업이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천군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돼지 16만 마리에 대한 우선수매와 병행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해 왔다.

이중 살처분 대상 14만 마리에 대해 연천군은 사체를 이동형 소각기 등을 이용해 고온 처리하는 ‘랜더링 방식’으로 처리해 왔다.

연천군의 경우 지난 2010년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매몰지가 부족한 탓에 시간이 걸리는 대신 매몰지가 필요 없는 랜더링 방식 위주로 살처분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매몰방식의 경우 재입식에도 제약이 있어 농가에서 랜더링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현행 살처분 지침에는 지자체가 저장조나 FRP를 이용한 매몰, 이동식 랜더링 소각기 등 현장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9일 방역당국이 “남은 돼지들을 서둘러 살처분 마무리 하라”는 지시에 시간에 쫓겨 매몰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미 살처분이 진행된 돼지를 묻을 용기인 FRP 제작이 늦어진 탓에 수만 마리의 돼지 사체가 야외에 그대로 방치됐다.

연천군 관계자는 “며칠만 더 시간이 있었거나 비만 내리지 않았어도 이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사고가 난 매몰지에는 아직도 처리되지 못한 돼지 사체 2만여 마리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연천군은 오는 13일에나 매몰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지자체와 농가들이 선호하는 방식인 이동식 랜더링 작업의 경우 관련 장비를 보유한 업체가 전국적으로도 10개 내외로 드문 상황이다.

또한 살처분 작업에는 업체의 전문인력 외에 일반인이 참여할 수 없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발생농가의 경우 48시간 안에 매몰작업을 마쳐야 하지만 예방적 살처분의 경우 인력과 장비가 부족할 경우 우선순위에서 밀릴 경우 작업이 장기화 될 수 밖에 없다.


(연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