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 1시간만에 매출 16조원 돌파
11일 오전 1시경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저장성 항저우 본사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광군제’로 불리는 솽스이 행사를 시작한 지 1시간 3분 59초 만에 판매액 1000억 위안(약 16조600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이 대형 스크린에 비쳤다. 항저우=AP 뉴시스
이들은 11일 0시가 되기 10초 전부터 이른바 광군제(光棍節·Singles Day)로 불리는 솽스이 행사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함께 했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이날 24시간의 모든 주문 상황이 실시간 데이터 집계를 통해 수치화되는 모습도 중계됐다. 올해 11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단순 대규모 온라인 쇼핑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중국 소비자와 글로벌 기업이 기술 혁신을 통해 강력하게 연결되는 소비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소비를 융합해 모든 과정을 빅데이터화하는 중국 데이터경제의 미래도 과시했다. 창업자 마윈(馬雲)이 물러난 ‘포스트 마윈’ 시대의 솽스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알리바바그룹 티몰 글로벌 수출입사업 류펑(劉鵬) 총괄대표는 10일 본보 등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5년간 2000억 달러(약 232조28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알리바바 측은 “올해 5억 명의 이용자가 상품을 구입했고 이는 지난해보다 1억 명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솽스이 기간의 소비자가 대부분 중국인임을 감안할 때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부진 속에서도 중국 소비 파워가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제품을 불매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중국 소비자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이어 미국 브랜드를 많이 찾았다. 류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새로 참가한 브랜드 수가 300% 증가했다”며 “알리바바는 참가 업체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판매상을 결합해 모든 거래 상황을 데이터로 만들었기에 가능하다. 데이터 스크린은 총 거래액은 물론이고 전 세계 지역별 소비자 주문 상황, 중국 도시별 소비 현황과 특징 등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줘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 추진하는 데이터경제 굴기(崛起)가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응용한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 판매가 이어졌다.
솽스이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기도 했지만 2016년부터 이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규모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솽스이 거래액은 307억 달러에 달했지만 블랙프라이데이는 242억 달러에 그쳤다.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중국 소비자가 많이 선택한 브랜드 국가 3위를 유지하며 선전했다. 삼성전자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후’, 휠라 등 3개가 1억 위안 이상 매출 기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10일 솽스이 전야제에 일본 가수 하나자와 가나(花澤香菜)가 출연한 반면 알리바바는 이번에도 주요 협력국인 한국 출신 가수를 출연시키지 않았다. 중국 정부 차원의 한한령(限韓令)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