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을용 코치(왼쪽)-U-17 대표팀 이태석. 사진ㅣ스포츠동아DB·대한축구협회
“슛돌이 찍을 때 울기만 하던 녀석이…. 참 기특하네요, 하하.”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꿨던 17세 이하(U-17) 태극전사들의 여정이 모두 막을 내렸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U-17 축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비토리아 클레베르 안드라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17월드컵’ 멕시코와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대회 사상 첫 4강 진출이라는 목표도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
김정수호의 도전은 비록 끝이 났지만 한국축구는 장차 중책을 짊어질 U-17 태극전사들을 발견했다는 소중한 열매를 맺었다. 대회 내내 공격을 이끈 최민서(포항제철고)와 중원을 점령한 오재혁(포항제철고), 골문을 지킨 신송훈(금호고)까지 여러 새 얼굴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뼘 성장했다. 그리고 왼쪽 수비 진영을 책임진 이태석(오산고)도 값진 발견 중 하나였다.
이 코치는 이날 소속팀 훈련을 소화하느라 8강전을 보지 못했다. 전화 인터뷰가 닿을 즈음부터 TV를 켜 경기 하이라이트를 챙겨보는 중이었다.
이 코치는 “아들이 처음 축구를 접한 때는 내가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선수로 뛰던 2005년 즈음이었다. 그곳에서 현지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서 놀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듬해 내가 FC서울로 돌아오면서 태석이도 함께 한국으로 왔는데 쉽게 적응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상철 감독님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도하시던 슛돌이 팀에서 축구를 계속 하게 했다. 처음에는 여기서도 적응을 못해 많이 울었지만 차츰 축구의 재미를 느끼게 됐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태석은 이번 대회에서 왼쪽 풀백을 든든하게 맡았다. 중요한 순간에는 측면을 돌파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아이티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두 차례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한 장면이었다.
이 코치는 “그렇지 않아도 그날 경기가 끝나고 태석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나도 영상을 돌려봤는데 경고를 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고 뒷이야기를 꺼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