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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집 한 채가 전부인 은퇴자들 압박하는 건강보험료 폭탄

입력 | 2019-10-30 00:00:00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 지역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들의 건강보험료가 다음 달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산 변동 사항을 11월분부터 반영해 건보료를 부과한다고 28일 밝혔다. 직장가입자 건보료는 급여와 종합소득에만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점수를 합산해 건보료를 매긴다. 정부는 1월 표준 단독주택을 시작으로 2월 토지, 4월 아파트 등 부동산 공시가격을 대폭 올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지역가입자가 재산세에 이어 건보료와 노인장기요양보험료가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문제는 부동산 가치가 올랐다 해도 집을 팔지 않는 한 수입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주택 보유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주요 고정수입이 없어졌는데도 지역가입자로 바뀐 순간 보험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세금 폭탄, 건보료 폭탄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과거처럼 자녀들의 직장보험에 부양가족으로 등재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7월 피부양자 인정 기준과 범위를 대폭 조였다. 금융소득 연금소득 등 연간 합산소득이 3400만 원을 넘거나 재산 기준으로 과표 5억4000만 원이 넘으면 부모라도 피부양자에서 탈락시킨 것이다. 2022년엔 그 기준이 소득 2000만 원, 과표 3억6000만 원으로 더 강화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시행된 건보료 부과체계 1단계 개편 결과 648만 가구의 보험료에 변동이 있었고 피부양자였던 28만 가구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2022년 7월부터 2단계 개편이 시행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는 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케어 등 복지 지출이 급증하면서 직장가입자들의 부담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건보료는 지난해 2.04%에 이어 올해 3.49%, 내년에는 3.20%가 오른다. 고용·산재보험과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료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와 적절성이다. 건보 적용 항목의 과도한 확대 탓에 건보 재정이 악화되고, 일부 계층에 그 추가 부담이 집중된다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보료까지 동원한다는 불만이 나오도록 해서는 안 된다. 건보료 조정은 건강보험 재정 자체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