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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文대통령 비하 애니메이션 논란

입력 | 2019-10-29 03:00:00

정당 첫 공식캐릭터 제작발표회, ‘벌거벗은 임금님’ 빗대 정권 비판
與 “천인공노 내용에 인내력 한계”… 한국당 내부서도 “너무 나갔다”




28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운데)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당 캐릭터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에서 강아지 캐릭터인 ‘덕구’ 인형을 손에 끼워 들어 보이고 있다(위 사진). 이날 발표회에서는 한국당이 만든 ‘벌거벗은 임금님’ 애니메이션이 공개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바지’ ‘안보 재킷’ 등을 입어 속옷 차림이 된 것으로 묘사됐다. 뉴스1·유튜브 화면 캡처

자유한국당이 28일 ‘오른소리가족’이라는 당 공식 캐릭터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벗은 몸을 등장시키고 ‘문재앙’ 등의 표현이 담긴 애니메이션을 공개해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반발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3대(代) 가족 6명과 반려견 1마리로 구성된 당 캐릭터 ‘오른소리가족’을 처음 선보이는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여기서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제목의 4분 26초짜리 애니메이션을 상영한 게 논란이 됐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문 대통령을 빼닮은 임금이 “가장 성대한 즉위식을 진행할 테니 가장 근사한 옷을 지어 오라”고 지시한 후 벌거숭이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신하들이 ‘안보 재킷’과 ‘경제 바지’를 입혀 주자 임금은 졸지에 속옷 차림이 된 것. 임금이 ‘인사 넥타이’를 매자 뒷배경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호송되는 장면이 연출됐다. 임금은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수갑)를 차니 더 멋있구나”라고 말했다.

옷을 벗은 임금을 본 백성들은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 버렸군” “옷도 입을 수 없는 멍청이” “차라리 우리 집 소가 낫겠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 이야기를 손주에게 들려주는 화자인 ‘김대한’ 할아버지는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이란다”라며 이야기를 마쳤다. 애니메이션은 거짓말쟁이 재봉사에게 속아 존재하지 않는 옷을 입고 만족해하는 임금을 풍자한 동명의 덴마크 동화를 차용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천인공노할 내용으로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2004년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의 ‘환생경제 사건’을 언급하며 “왜 한국당은 시대는 바뀌었는데 본질은 그대로인가. 깃털처럼 가볍고 균형감각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한국당의 DNA”라고도 비판했다. ‘환생경제’는 2004년 총선 후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선보인 연극으로 당시 의원들이 박근혜 대표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 역할을 맡은 주인공 ‘노가리’에게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된 바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상대를 깎아내림으로 자신을 드높이려 하는 것이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정치인지 싶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제1야당인데 대통령을 벌거벗겨 조롱하는 건 지나친 면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조국 TF 의원들에 대한 표창장 수여와 패스트트랙 투쟁에 참여한 의원들에 대한 공천 가산점 부여 논란이 꺼지기도 전에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냈다”고도 했다.

하지만 캐릭터와 동영상 제작을 총괄한 김찬형 당 홍보본부장은 “벌거벗은 몸이나 은팔찌가 핵심이 아니라 간신들의 듣기 좋은 소리에 임금이 진실을 못 보고 있다는 게 비판의 본질”이라며 “해학을 해학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민주당 스스로 그렇게 주장해온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2017년 ‘박근혜 누드화’ 전시로 더 심하게 수치심을 유발해 놓고도 이렇게 반발하는 건 영상 내용 중 찔리는 게 많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황교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잘 알려진 동화를 소재로 현실을 빗댄 것”이라며 “쓴소리도 들으면서 (정부가) 고칠 것은 고쳐 달라”고 했다.

조동주 djc@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