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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군산공장 인수한 명신 “2021년부터 전기차 年 3만대 생산”

입력 | 2019-10-18 03:00:00

中 바이톤의 전기SUV 만들기로… ‘유동형 셀’ 도입 생산성 2배 향상
내년 하반기 생산인력 800명 채용… 노조의 경영 참여 ‘노동이사제’ 검토




14일 방문한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 입구에는 ‘㈜명신’이라는 낯선 기업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명신은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로 지난해 매출액이 약 9000억 원인 중견기업 엠에스오토텍 계열의 자동차 부품업체다.

한국GM의 1대 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량 하락과 고임금 생산 구조에 따른 경영 악화로 지난해 5월 군산공장을 폐쇄했다. 한때 122만 m²의 면적에 근로자 2000여 명으로 북적였던 군산공장은 이날도 여전히 침묵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이 공장을 인수한 명신의 경영진들은 2021년부터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인 바이톤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군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조용히 하고 있었다. 자체 브랜드 생산 계획도 있지만 명신의 초기 사업은 바이톤이 주문한 전기차를 연간 최소 3만 대씩 생산해 공급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모델이다.

GM의 로고와 홍보물이 그대로 붙어 있는 공장 내부에서 이날 만난 박호석 명신 부사장은 공장 가동에 앞서 생산성과 노사관계가 가장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박 부사장은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생산 라인을 새로 깔기 때문에 일단 자동화·효율화가 자유롭다. 기존 컨베이어 벨트 방식에 새로운 생산 방식도 결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령 근로자들이 차체와 함께 이동하며 여러 가지 작업을 소화하는 이른바 ‘유동형 셀 생산’을 함께 활용해 기존 국내 공장보다 2배 이상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명신은 내년 하반기(7∼12월) 중에 800명가량의 생산 인력을 뽑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강성노조가 판치는 자동차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노사 관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완성차 생산단계에 들어가면 노조관계가 고민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 도입까지 검토 중이다. 경영 상황을 노조에 투명하게 공개할 테니 근로자도 회사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명신의 모회사인 엠에스오토텍의 이태규 대표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이 점차 줄어들 것을 우려하며 수년 전부터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하고 중국에서 파트너를 물색했다. 결국 6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하면서 바이톤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친환경 자동차 시대로 넘어가는 격변의 시기에 ‘전기차 생산’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인 바이톤이 미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군산공장을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을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들어온 중국 기업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명신 측은 이에 대해 자동차 개발과 생산을 낡은 틀로 보는 시각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중국 자본으로 세워진 바이톤은 차를 독일에서 디자인하고 각종 첨단 기술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개발했다. 당연히 한국산 또는 중국산 배터리를 솜씨 좋은 한국 근로자들이 조립하는 생산 모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박 부사장은 “이제 진정한 의미의 한국 완성차 기업은 현대·기아차밖에 남지 않았고, 그들도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며 “우리도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아 더 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군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