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당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언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외교장관이 국가안보실 차관급 간부와 다퉜다고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지만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외부에 불거질 정도로 외교부와 청와대 간 갈등이 관리되지 않는 상황인지 우려스럽다.
정부 내에 외교정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국익에 맞는 결론을 낸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강 장관과 김 차장의 언쟁은 본질적으로 서로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린 상태에서의 감정적인 충돌로 보인다. 김 차장이 외교부가 작성한 문건을 두고 해당 직원을 질책하자 이를 지켜보던 강 장관이 “우리 직원들에게 소리치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고, 다시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라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호텔 로비에서 벌어진 둘의 설전이 막판에는 영어로 오가 타국 외교관들이 이를 지켜봤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한국 외교라인의 무능과 기강해이를 현장 중계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동안 청와대가 외교현안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간에 갈등이 쌓여온 게 사실이다. 6월 강 장관이 국회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으나 곧바로 청와대는 “열리지 않는다”고 브리핑했다.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서도 외교부는 소외됐다. 이런 과정에서 강 장관과 김 차장 사이의 골이 깊어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