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볼턴 전격 경질]트럼프 “더이상 필요없어” 트윗 해고 볼턴은 “내가 사임의사 밝혀” 반박 트럼프 사석에서 ‘전쟁광’ 비판… 폼페이오 “경질, 전혀 놀랍지 않아” 美, 비핵화협상 유연해질 가능성… 靑 NSC 상임위 “목표 조기달성 노력”
작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동석한 볼턴 돌연 경질된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이 지난해 5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함께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수많은 사안에서 서로 의견이 상충했다”고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워싱턴=AP 뉴시스
○ ‘전쟁광’ 낙인찍힌 볼턴의 퇴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어젯밤 볼턴 보좌관에게 더 이상 그가 백악관에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 나는 그의 (정책) 제안에 매우 동의하지 않았고 행정부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라며 거칠게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그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사직서를) 오늘 아침에 받았다”며 “다음 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임 사실을 확인했으나 “내가 어젯밤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고, 그가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던 것”이라며 반박했다. 백악관 핵심 참모들도 상황을 모르는 분위기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광고 로드중
볼턴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도 점점 사이가 틀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테러 정책 관련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경질 소식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그가 신뢰하고 가치를 두는 사람들과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 북-미 협상 유연성 발휘되나
볼턴 보좌관이 경질되면서 미국이 추후 북-미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식 ‘새로운 셈법’을 받아들이는 걸 가장 강력하게 반대해줄 사람이 백악관에서 사라진 것”이라며 “승부처는 (북한이 사실상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해둔) 12월 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북-미 실무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9일 담화를 내고 북-미 대화 재개를 제안한 가운데 ‘리비아식 모델’을 내걸고 선(先) 핵 포기를 요구해온 볼턴 보좌관이 교체되면서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청와대는 이날 “우리 정부가 얘기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9월 말 유엔 총회, 10월 북-중 수교 기념일, 11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을 앞둔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선 북한이 껄끄러워했던 볼턴 보좌관 교체가 북-미 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측이 9월 하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것에 주목하고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계기가 마련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고 로드중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에 좋은 메시지”라며 “미국이 주장한 ‘빅딜’이 선 핵 폐기, 후 보상 순서였는데 (볼턴 보좌관 경질은) 그 방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