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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NF 탈퇴 이어 ‘뉴 스타트’도 파기 수순…세계 안보에 미칠 영향은?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입력 | 2019-09-02 14:00:00




Q.
미국은 8월 2일 러시아(구소련)와 1987년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습니다. 또 다른 군축 합의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 스타트·New START)도 2021년 만료 후 갱신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요.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무엇인지, 협정 이후 현재까지 핵무기 감축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이 조약이 갱신되지 않으면 세계평화에 어떤 위협이 생길지 궁금합니다.

차지현 연세대 경제학과 14학번


A. 미국이 2019년 8월 2일 사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금지하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했습니다. 미국이 지난 2월 2일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명분으로 탈퇴 의사를 표명한 뒤, 조약이 규정한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양국이 서로를 비난할 뿐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것입니다. 1987년에 체결된 동 조약은 1991년 6월 1일까지 미국과 소련이 당시 보유하고 있던 모든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을 폐기하도록 규정했는데, 실제로 양국은 기한 내에 총 2,692기(미국 846기, 소련 1,846기)를 폐기해 조약을 준수했습니다. 양국 군축협상의 대표적 성공사례 중 하나였던 INF 조약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탈퇴 결정에는 중국이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미국은 러시아와의 INF 조약으로 인해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생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중국이 실전배치하고 있는 중거리 미사일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펼치는 데 있어 핵심적 무기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 배치된 미군과 미국의 전략자산을 사거리에 놓고 있습니다.

지상 발사 중거리 미사일을 둘러싼 미국, 러시아, 중국의 갈등 속에,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신 전략무기 감축협정(New START)‘의 연장에도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New START 협정은 2021년 2월에 만료되는데, 양국이 합의하면 5년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INF를 공식 탈퇴한 후 하루 뒤인 8월 3일에 호주를 방문한 에스퍼 국방장관이 이미 연장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핵전략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New START를 대체할 미국·러시아·중국 3자 간의 핵군축 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미국 및 러시아보다 자국의 핵전략이 열세에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조약의 체결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강대국 간 핵전력 군축의 기조가 흔들린다면 글로벌 차원의 ’핵무기 비확산체제‘가 위협받게 됩니다. 1960년대 핵국과 비핵국 간의 협상으로 1968년에 채택되고 1970년부터 발효된 핵비확산조약(NPT)는 ’핵무기 비확산체제‘의 핵심입니다. NPT는 ①핵국이 선의를 가지고 궁극적으로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며(핵군축) ②비핵국들이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획득하지 않고(핵비확산) ③모든 회원국이 IAEA와 안전조치 협정을 체결하고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연구, 생산 및 이용 개발 권리를 가지는 것(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표로 합니다. 5개의 핵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이외의 국가로 핵무기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NPT 조약이 불평등 조약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핵국이 진정성을 가지고 핵전력의 군축에 임해야 합니다.

핵전력 군축은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의 이루어집니다. 첫째, 보유하고 있거나 실전배치가 가능한 핵탄두의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둘째, 핵을 운반하는 3대 수단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과 ’전략폭격기(strategic bomber)‘의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셋째, 상대국의 ’핵보복 공격(2차 공격, second strike)‘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선제공격(first strike)‘을 감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요격미사일(Anti-ballistic missile)‘ 기지의 숫자와 기지에 배치된 미사일 수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최대 핵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에 대한 핵 위협을 경감시키고, 비핵국가로의 핵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위의 3가지 영역에서 주목할 만한 핵군축 협정을 체결하곤 했습니다.

미국과 소련/러시아 간 핵군축 협상의 대표적인 예가 1972년에 체결된 ’전략무기제한협정(SALT-1)‘입니다. SALT-1은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는 요격미사일 기지 장소를 수도와 지상발사 전략탄도미사일 기지 2곳으로 제한하고, 요격미사일을 각 기지의 반경 150㎞ 이내에 각 1백기 이하로 규정하는 ’요격미사일 제한협정 조약(ABM Treaty)‘입니다, 다른 하나의 축은 ICBM과 SLBM의 숫자를 당시 수준에서 잠정적으로 5년간 동결하는 것입니다. 공격용 핵무기와 관련하여 SALT-1이 동결에 초점을 두었다면, 1979년에 체결된 SALT-2는 전략 미사일과 폭격기를 각각 2,400기로 제한하고, 향후 2,250기로 줄이는 감축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의 여파로 미국 의회가 비준하지 않고 러시아 의회도 비준하지 않음으로써 SALT-2는 사문화되었습니다.

핵탄두 감축이 포함되는 주목할 만한 핵군축 합의로는 미국과 러시아가 1991년 7월에 체결한 ’전략무기 감축 조약(START-1)‘이 있습니다. 1994년에 발효된 동 조약은 실전 배치될 수 있는 핵탄두의 수를 6,000기, 전략운반체를 1,600기로 제한하고 있는데, 조약이 규정한 완료 시점인 2009년 12월 이전에 양국이 감축 목표를 달성하였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추가 군축을 목표로 했던 START-2가 양국 의회의 비준을 얻는 데 실패한 이후, ’전략공격능력삭감조약(SORT)‘으로 불리는 START-3가 2002년에 체결되고, 2003년에 양국 의회의 비준을 통과하였습니다. START-3는 운반수단에 대한 감축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고, 핵탄두를 2012년까지 1,700-2,200기로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START-2가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여 폐기되고, START-3의 유효기간이 끝나지 않은 시점인 2010년에 양국은 START-1을 대체할 ’새로운 START(New-START)‘를 체결하였습니다. New-START는 실전배치가 가능한 핵탄두를 1,550기로, 운반체를 700기로, 운반체 발사대를 800기로 제한합니다. 양국 모두 조약목표를 달성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측의 이행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실사에도 합의하였습니다. 동 조약의 유효기간은 2021년 2월까지이지만 양국이 동의하면 5년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INF 조약이 공식 폐기된 가운데, New START가 연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의하면 2019년 1월 기준 미국의 핵탄두 수는 6,185기(실전배치, 1,750기), 러시아는 6,500기(실전배치 1,600기)입니다. 양국이 아직도 가공할 만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9·11 이후 불량국가에 의한 핵공격을 우려한 미국이 2001년 12월에 ABM 조약의 탈퇴를 선언하였고, 조약이 규정한 6개월의 유예기간 후인 2002년 6월에 공식 탈퇴하였습니다. INF가 2019년 8월에 공식 폐기된 상황에서 ’New START‘마저 연장되지 않는다면, 강대국 간 핵무기 경쟁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핵무기 비확산체제‘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NPT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국가와 (잠재적)원전국가를 NPT 체제 내에서 통제하기 위해서는 핵국들이 핵군축에 있어서 구체적 성과를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미국, 러시아, 중국이 기존의 핵군축 협정을 폐기하고 핵전력 경쟁에 뛰어든다면, 이들이 비핵국가의 핵무기 보유시도를 비난하고 제어할 명분이 줄어들게 됩니다.

아울러 주목할 것은 INF 조약 폐기 후 하루 만에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의향을 표명하였고, 2주 만에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 한 것입니다.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핵탄두가 중거리 미사일에도 탑재될 수 있으므로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는 역내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간 핵전력 강화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된다면 일본, 대만, 한국 등에서 ’핵무장론‘이 여론의 상당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고, 이를 명분으로 북한이 핵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