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력 조절 착오로 홈런 급감… 관중 썰물 근본적으로 한국 야구 장르 재설정 절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상황이 심각해지면 중앙은행과 정부가 나선다. 금리를 인상해 통화량을 줄이고, 재정 지출도 축소한다. 그런데 그 처방이 잘못되면 심리가 위축돼 경기가 급랭한다. 수많은 요인이 상호 작용하는 고차방정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딱 그런 모습이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홍역을 치렀다. 통화 격인 홈런이 급증하면서, 점수가 너무 많이 나왔다. 즉, 득점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과거 넉 점 정도면 살 수 있었던 한 경기 승리를, 지난해에는 다섯 점 이상 줘야 겨우 살 수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책을 내놨다. 금리 인상으로 통화량을 줄이듯, 공인구의 반발력을 낮춰 홈런을 억제하겠다고 했다. 공인구의 반발계수 최소치를 0.41에서 0.40으로 줄였다. 반발력이 줄면 타구의 비거리가 감소한다. 당연히 홈런이 줄어든다.
예상대로 홈런은 감소했지만, 줄어도 너무 많이 줄었다. 지난해 홈런은 경기당 2.44개였는데, 올해는 1.42개로 무려 42%나 급감했다. 금리 인상폭, 즉 반발계수 조정에 실패한 것이다. KBO는 공인구의 반발력이 0.01 정도 줄면 타구 비거리가 2∼3m 감소한다는, 단순 수치에만 의지해 대책을 마련한 것 같다.
그런데 그 2∼3m의 비거리 감소가 타자 스윙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보지 않았다. 선수들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쳤는데 홈런이 안 되면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타격 때 힘을 더 써 본다. 그러면 타격 밸런스(폼)가 미세하게 무너진다. 반복되면 슬럼프가 온다. 홈런 대신 안타에 집중한다. 팀도 홈런 없이 이기는 방향(스몰볼)으로 체질을 바꾼다. 도루가 증가하고, 홈런은 더 줄어든다. 상호작용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다.
문제는 홈런의 지나친 감소로 흥행이 급랭했다는 점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지난해보다 관중이 8%나 줄었다. 800만 명이 붕괴될 게 유력하다. 관중 감소가 순전히 홈런 탓은 아니다.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관중의 반감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데 팬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도 지금 수준의 반발력을 유지할지, 다시 조정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올해 정책 실패로 방정식이 더 복잡해졌다. 해법을 찾지 못하면 프로야구 흥행은 더 얼어붙을 것이다.
윤승옥 채널A 스포츠부장 tou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