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삼척, 두가지 재미에 빠지다
한여름 더위를 피하려면 강원 삼척이 제격이다. 삼척 내륙의 환선굴(사진)과 대금굴에서는 여름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에어컨이 그립지 않은 동굴 피서
삼척시의 내륙 깊숙한 곳에 천연 냉장고가 자리 잡고 있다. 환선굴과 대금굴이다. 환선굴, 대금굴을 포함한 대이동굴지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두 굴은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에 비교될 정도로 서로 다른 매력이 있다.
1997년 개방된 환선굴은 국내 석회암 동굴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덕항산 중턱에 있는 환선굴 입구까지 모노레일을 타면 5분이면 닿는다. 운동 삼아 등산로를 이용한다면 40분 정도 걸으면 된다. 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면서 한여름 더위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굴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서면 차가운 기운에 여름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동굴 안 온도는 평균 10∼15도. 얇은 겉옷을 챙겨가는 게 좋다.
환선굴
동굴 속을 걷다 보면 5억3000만 년 전부터 자연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놓기 십상이다. 기이한 모양의 돌들과 세월이 만든 동굴 벽의 무늬들은 눈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샘솟게 한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졸졸’ 흐르는 시냇물, ‘콸콸’ 솟아나는 물줄기, ‘촬촬’ 떨어지는 폭포 등은 거대한 교향곡이 돼 귀를 즐겁게 한다. 감각기관을 활짝 열고 동굴 속을 이리저리 걷다 보면 평균 1시간 정도인 관람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운이 나쁘면 예약을 했더라도 입장하지 못할 수 있다. 동굴이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3월에는 녹아내린 봄눈에, 4월에는 봄비에, 6월에는 장맛비로, 8·9월에는 태풍으로 동굴이 침수되는 일이 종종 있다. 2007년 처음 개방됐을 당시 한 달의 절반이 침수돼 입장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만큼 구경이 쉽지 않다. 다행이라면 사전 예약을 한 사람들에게 그날 관람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대금굴은 사람이 드나들 만한 출입구가 없어 새로 만들어야 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산을 올라간 뒤 인공터널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동굴 안에서는 전문 가이드가 동행한다. 조명이 화려한 환선굴과 달리 대금굴 조명은 매우 적다. 가이드가 비춰주는 조명에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경우도 적잖다. 가이드를 따라 걷다 보면 동굴 탐험대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물이 많은 동굴답게 사방에서 물이 튄다.
삼척 해안에서 즐기는 해양레일바이크를 타면 시원함에 놀라고 재미에 두 번 놀란다. 그림같은 동해안의 풍광은 덤이다.
해변을 따라 놓인 해양레일바이크를 타면 해수욕장별 풍광을 감상하는 재미를 몇 배로 늘려준다. 총 길이는 5.4km 정도다.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곳은 궁촌정거장과 용화정거장 두 곳. 레일바이크가 두 곳을 오가기 때문에 둘 중 마음에 드는 곳에서 타면 된다. 돌아올 때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다만 바다를 좀 더 잘 보려면 용화에서 타서 궁촌으로 올라가는 게 낫다. 궁촌에서 내려오는 방향은 철길 건너편으로 바다를 봐야만 한다. 레일바이크는 1시간, 셔틀버스는 30분 정도 걸린다. 연인, 친구와 함께 탈 수 있는 2인승(2만 원)과 가족이 이용 가능한 4인승(3만 원) 두 종류가 있다.
한여름에 레일바이크를 탄다면 ‘사서 고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타보면 ‘왜 이걸 지금 알았지’란 생각과 함께 “한 번 더”를 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만큼 이용하기 쉽고 재밌다. 페달은 힘들이지 않고 밟기만 하면 된다. 일행과 번갈아 페달을 밟을 수도 있다. 천천히 앞뒤 레일바이크와 간격을 맞추며 가다 보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원한 바닷바람은 덤이다.
삼척해상케이블카
◆ 여행정보
팁+ △삼척에는 다양한 종류의 맛집들이 많다. 도계읍에 위치한 ‘텃밭에 노는 닭’은 흔하지 않은 물닭갈비를 판다. 순한맛과 매운맛이 있으며 1인분에 8000원이다. 닭볶음탕과 비슷하지만 맛은 다르다. 우동이나 라면 사리를 넣을 수도 있다. 근덕면에 있는 ‘덕산바다횟집’은 물회로 유명하다. 1만5000원으로 조금 비싸지만 양이 푸짐하다. 삼척버스터미널 근처 ‘쌍용각’은 쫀득하면서도 바삭한 탕수육(소 1만7000원)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감성+ △영화: 외출(2005년·감독 허진호)
삼척해수욕장, 죽서루 등 삼척시내 곳곳이 세트장처럼 등장한다.
△스포츠: 마라톤. 삼척(초곡리) 출신 유명인 중 한 명이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다. 황영조기념관, 공원도 있다. 마라토너 이봉주의 처가댁이 삼척 덕산리다. 마을에 캐리커처 간판도 있다.
△여름에 시원하게 보내기 ★★★★☆
△해안 풍경 감상하기 ★★★★★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
△다양한 먹을거리 찾기 ★★★★
△다양한 체험활동 ★★★★
삼척=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