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인프라 투자]<상> 복지에 밀린 사회간접투자 도로-철도 등 SOC 예산 뒷걸음… 2009년 25조서 내년 18조로 통근시간 늘고 교통 혼잡비용 급증… 물류경쟁력도 세계 25위로 후퇴 가점 개선 등 민자 북돋울 방안 필요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K 씨(52)는 최근 서울 광화문에 본사를 둔 회사로 이직했다. 강남에 사무실을 둔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겪는 스트레스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새벽에 움직이는 출근 시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퇴근길은 거의 매일 지옥이나 다름없었어요.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출퇴근 편의를 고려해 이직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정부가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투자를 외면하면서 국내 SOC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민 불편과 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줄어든 투자에 뒷걸음질치는 SOC 경쟁력
투자 외면은 SOC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월드뱅크가 세계 167개 나라를 대상으로 매년 발표하는 물류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2012년 21위에 랭크됐다가 지난해 25위로 4계단 떨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SOC 경쟁력은 140개 나라 중 14위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국에 비해선 뒤처지는 수준이다.
SOC 경쟁력 저하는 국민 생활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조사 대상 26개국 가운데 한국의 평균 통근·통학시간(왕복)은 58분으로 가장 길었다.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28분)보다 배 이상 오래 걸린다. 문제는 통근·통학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5년 29.6분(편도 기준)에서 2015년에는 35.4분으로 5분 이상 증가했다. 도로 막힘 등으로 발생하는 교통 혼잡비용도 2005년 23조5400억 원에서 2015년 33조3500억 원으로 10조 원가량 급증했다.
○ 쪼그라든 민자사업 활성화가 해법
줄어드는 정부 SOC 투자의 빈 구멍을 메워줄 민간투자사업(민자사업)이 부진한 것도 SOC 경쟁력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민자사업은 1994년 도입 이후 전체 712개 사업에 총 108조 원이 투자되는 등 SOC 공급의 한 축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정부고시로 추진된 민자사업은 7건에 그쳤다. 민간사업도 2016년 3건, 2017년 2건에 불과했다.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개통 직후 모습. 서울에서 출발한 차량들이 첫번째 톨게이트인 남양주 톨게이트를 통과해 춘천 방향으로 달리는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은 “SOC 예산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SOC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민간의 창의력과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민자사업 활성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