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백준(79)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3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뇌물 혐의 항소심에 9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모두 불출석하고, ‘건강상 이유’로 자신의 항소심 선고에도 두 차례 불출석했던 김 전 기획관은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 혐의에 대해 “이 사건 특활비 지급 시기나 국정원 예산집행 후 직원을 통해 전달된 사정에 비춰보면 개인적인 보답 차원에서 금원이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원장직을 유지한 것에 대한 보답이나 편의제공의 특혜에 근거해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것이 대통령 직무관련성이 있거나 대가성이 있어 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정범의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국고 등 손실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기획관이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 지위에 있으면서 국정원 자금 업무를 보좌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은 지위에 있지 않으면 업무상 횡령 방조죄가 아닌 횡령 방조죄인데 단순횡령죄는 공소시효가 7년이고 범행일시에서 7년 이후 된 것이라 면소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항소심 등과 동일하게 판단한 것이다.
애초 항소심 선고는 지난달 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김 전 기획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해 연기됐고, 같은달 25일에도 법정에 나오지 않으며 재차 연기됐다. 당시 김 전 기획관 변호인은 “갑자기 연락이 와서 몸 상태가 안 좋아 못 나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 고의로 자신의 재판도 불출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증인신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김 전 기획관을 9차례 증인으로 부르고, 법원에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도 발부됐으나 김 전 기획관이 불응하며 끝내 무산됐다. 결국 김 전 기획관 증인 신청은 철회된 상태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특활비 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뇌물 혐의에 대해 “국정원 예산 목적과 무관하게 사용됐다는 문제는 제기할 수 있어도, 불공정하게 직무를 집행할 우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했다. 국고 등 손실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보고 면소 판단했다.